[경인일보=이현준·김성호기자]지난 3일 인천대교 영종요금소 부근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의 사망자와 부상자들 가운데는 가족 단위로 변을 당한 탑승객들이 많아 병원 관계자 등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오열했다.

■ 1년6개월만에 얼굴 본 외동딸인데… 유학 중인 외동딸, 하늘나라로

4일 오전 11시께 인하대병원 5층 집중치료실 앞 보호자 대기장소. 이번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로 외동딸을 잃은 고모(49)씨는 친척들 사이에 앉아 눈물을 닦으며 흐느끼고 있었다. 고씨의 딸(17)은 캐나다에서 건축전공으로 대학입학을 준비하고 있던중 열흘 전 국내에 들어왔다. 1년6개월여만에 본 외동딸이었다.

사고가 난 지난 3일 아침, 딸과 부인 이모(47)씨를 차로 데려다 줬다. 그리고 고씨는 부인과 함께 딸을 버스에 태워 떠나 보냈다. "아빠 땡큐"라는 말은 딸의 마지막 인사가 됐다. 사고로 부상을 입고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인 이씨에겐 아직 말을 하지 못했다. '딸 때문에 산다'는 말을 자주하는 등 딸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이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이 더할 것 같아서다.

고씨는 "(체세포를 보관하는) 병원이 있으면 알아봐 달라"며 "딸을 오랜기간 곁에 둘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야겠다"고 울먹였다.

 
 
▲ 3일 오후 인천대교 영종요금소 부근에서 발생한 고속버스 추락사고 희생자 가족들이 부상자와 사망자들이 옮겨져 있는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오열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bjk@kyeongin.com

■ 7살 어린이, 부모 형제 잃고 홀로 남아

부모와 형, 여동생을 모두 잃은 어린이도 있다.

이번 사고로 비교적 가볍게 다쳐 인하대병원 응급센터에 입원한 임모(7)군은 부모와 형(9), 여동생(3) 등을 모두 잃는 참사를 당했다.

임군의 가족들은 싱가포르에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이 버스를 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군의 한 친척은 "아이에게 가족 얘기를 전하지 않고 있다"면서 "너무나 가엽다"라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숨진 임군의 아버지(43)는 경주의 한 대학 교수로 활동하면서 제자들의 학업지도와 연구에만 전념하고 가정에서는 자상한 남편과 아버지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 승객등 24명을 태우고 포항~경주~인천국제공항으로 운행하다 3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도 인천대교 영종요금소 부근 도로에서 사고를 당해 10m 아래 도로공사현장으로 추락해 처참하게 부서진 고속버스 안에 주인 잃은 신발들이 나뒹굴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 손자 재롱도 못보고 참변 당해

손자의 돌잔치에 가던 중 변을 당한 가족들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포항에 살고 있는 설모(69), 김모(57)씨 부부는 딸(39), 외손자(3)와 함께 인천 영종도에 살고 있는 아들의 아이 돌 잔치에 참석하러 가다가 참변을 당했다. 설씨와 딸은 숨졌고, 부인 김씨와 외손자는 각각 중·경상을 입었다. 비보를 듣고 달려온 설씨의 가족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냐"면서 오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