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때 학생들에게 정답을 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칫 지난해 초 터졌던 '임실 성적조작 사건'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교조도 제천의 한 학교에서만 부정행위가 이뤄진 것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 속에 자체 조사를 검토하고 있어 자칫 성적조작 파문이 확산일로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부정행위 1곳만은 아닐 것" = 해당 초등학교 측은 의혹을 부인하며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라고 힌트를 준 적은 있지만,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점수 올리기'를 시도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말로도 비치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 최정돌 사무처장은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감독교사들이 문제풀이 과정을 설명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답을 가르쳐 주는 장면을 봤다는 학생도 있다"면서 "사례를 수집해 사실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올해 평가에서는 학교별 성적 비교가 이뤄지는 만큼 부정행위가 학교별로 조직적으로 감행됐을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딸아이의 말을 들어보면 제천은 물론 청주에서도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학교마다 점수 올리기를 눈감아 주면서 부정행위를 부추겼던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남성수 충북지부장도 "예민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감독교사들이 정답을 가르쳐 준 경우가 있는 것으로 여러 학생이 증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꼬리 자르기식 조사 없어야 = 제천 초등학교의 부정행위 의혹이 제기되면서 충북도 교육청은 해당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사실확인 절차에 착수했다.

   도 교육청은 이날 오전 일찌감치 제천으로 장학관과 장학사를 파견, 제천교육청과 함께 해당 학교 교장과 교감, 교사들의 입장을 듣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사실조사가 학생들에 앞서 이뤄진다면 자칫 몸통을 그대로 둔 채 꼬리만 자르는 식의 처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마 위에 오른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함구령'을 내린다면 의혹이 의혹 자체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험을 본 학생들의 말을 먼저 들어본 뒤 문제가 있는 학교를 추려내 조사해야 하는 제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교장과 교감, 교사에게 사실을 확인해 본 뒤 문제가 있다면 학생 모두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충북도는 깨끗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성수 충북지부장은 "관리자들이 교사를 다그치다 보면 자칫 꼬리 자르기 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한 뒤 "오늘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