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뉴욕에서 생활하는 구보타 여사는 백남준의 생일인 20일 책 출간을 기념해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책은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해 쓴 책"이라고 말했다.
백남준은 일본, 독일, 미국, 한국 등을 무대로 활동했던 세계적인 예술가였지만 이제껏 그에 관한 전기적 사실이 제대로 정리된 적이 없다. 이 책은 백남준과 거의 반평생을 보낸 아내의 회고를 통해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백남준의 행적과 흔적을 찾아 그의 삶을 재구성한다. 이를 통해 열여덟 나이에 고향을 떠나 세계를 떠돌며 유목민으로 살아온 백남준이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가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드라마보다 극적인 삶이 드러난다.
구보타 시게코는 백남준의 사적인 삶을 지켜본 아내이기도 하지만 플럭서스(Fluxus· '흐름'이라는 뜻으로 의외성을 기초로 한 반(反)자본주의적 성향의 예술적 행동주의) 운동에서부터 비디오 아트를 함께 한 예술적 동지이기도 하다.
그녀의 회고는 단순히 백남준의 삶을 재구성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는다. 쇤베르크에 심취했던 전위음악가에서 플럭서스 행위예술가로, 그리고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을 개척하기까지 그녀와 백남준이 1960년대 아방가르드 문화운동과 이후 비디오 아트의 최전선에서 벌였던 생생한 일화들이 덧붙여진다.
그 밖에 이 책에는 1965년 전위예술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구보타 시게코의 퍼포먼스 '버자이너 페인팅'의 진짜 기획자, 10년간 연인으로 지내면서 결혼만은 한사코 거부했던 백남준의 돌연한 청혼과 결혼식 이야기, 'TV 부처', 'TV 정원', '야곱의 사다리' 등 백남준을 현대미술의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들의 탄생 비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음악으로 달랬던 말년의 삶 등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90여 컷의 자료 사진과 함께 공개돼 있다.
구보타 여사는 이어 백남준을 조지 워싱턴에 비유하며 그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그는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고급과 저급을 모두 망라할 수 있는 폭넓은 사람이었어요. 비디오 아트에 있어 백남준은 조지 워싱턴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