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에서 단연 주목받는 테마는 2차전지다.

   2차전지는 충전해서 반복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말한다. 현재까지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IT기기에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증시가 주목하는 것은 하이브리드차 또는 전기차에 탑재될 중대형 전지다.

   수혜주로 꼽히는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 SK에너지[096770]도 자동차용 배터리 기대감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실적보다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앞으로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이 본격화하면 실적에 따라 주가 차별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26일 자동차배터리 기술력, 실적에서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별 매출 등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기대감 무성
   SK에너지는 지난 22일 7.20% 급등했다. 현대기아차가 개발하는 고속 전기차 양산모델과 차기모델에 2차전지 공급업체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8천억원가량 늘었다.

   지난주 LG화학은 '배터리 모멘텀'에 시가총액 4위까지 치고 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 배터리공장 기공식에 참석하는 이벤트까지 더해졌다.

   이들 기업의 실적 발표회도 2차전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SK에너지 구자영 사장은 "(현대차 공급보다) 더 큰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김반석 부회장도 전기차용 2차전지 공급 계약이 유럽과 일본에서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대감에서는 '3인방'이 함께 주목받고 있지만 주가 흐름은 시점에 따라 차별적이다.

   올해 들어 23일까지 LG화학은 41.1% 올랐고 삼성SDI는 18.9%, SK에너지는 8.9%로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다. 화학사업 호조 등으로 LG화학이 먼저 두각을 보였고 5~6월에는 삼성SDI가 바짝 따라붙었다. 7월만 보면 SK에너지가 16.4% 올라 LG화학(4.2%)이나 삼성SDI(2.0%)에 크게 앞섰다.

   미래에셋증권 이학무 연구원은 "전망치가 불명확하고 이견도 많을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업체들만 올랐다"며 "종목별로도 그때그때 차별화됐다"고 말했다.

   2차전지 부품주로 분류되는 상신이디피(9.1%), 넥스콘테크(-5.7%), 파워로직스(-21.3%), 엘앤에프(-4.7%), 에코프로(9.3%) 등은 부진했다.

   LIG투자증권 김영진 연구원은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실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 SK에너지가 18일 대전 연구단지 내 2차 전지 생산라인을 처음 공개, 완성된 전지를 연구원이 살펴보고 있다. (SK에너지 제공)

   ◇실적은 미미…대부분 IT용 소형전지
   실적 측면에서는 삼성SDI를 제외하면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2분기 LG화학의 2차전지 매출은 4천286억원으로 1년새 35.2% 늘었다. 하지만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2분기 8.3%(매출 3조8천296억원)에서 이번 8.5%(5조281억원)으로 사실상 비슷하다.

   SK에너지는 아직 전지 실적이 가시화되지 않은 단계다.

   상대적으로 삼성SDI(27일 실적발표)는 순수한 2차전지 종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연결기준 2분기 매출 1조2천760억원, 영업이익 790억원으로 전망했다. 2차전지 매출은 5천710억원, 영업이익은 740억원이다. 매출의 45%, 영업이익의 94%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자회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아몰레드' 사업과 함께 양대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다만 LG화학과 삼성SDI 모두 IT기기에서 주로 실적을 내고 있다. 증시가 주목하는 자동차용 배터리 실적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임태윤 연구원은 "전기차는 기존 기술을 무력화시키고 산업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라고 정의했다.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은 휴대전화 4천~5천개에 해당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본격화하면 지금껏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다퉜던 소형전지 시장은 주가 재료로서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 LG화학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공장 기공식을 했다. 사진 왼쪽부터 피트 혹스트라(Pete Hoekstra) 하원의원, 커트 다익스트라(Kurt D. Dykstra) 홀랜드시 시장, 구본무 LG 회장, 제니퍼 그랜홈(Jennifer Granholm) 미시간주 주지사,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토머스 스티븐슨(Thomas Stephens) GM 부회장, 그렉 메인(Greg Main) 미시간경제개발협회 CEO (LG화학 제공)

   ◇'1라운드' LG화학 판정승…최종 승자 조건은
   현재까지는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에서 LG화학이 한 발짝 앞선 모습이다.

   LG화학은 미 자동차업체 '빅3' 가운데 두 곳(GM, 포드)을 포함해 7개 업체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고 올해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유럽, 일본 업체와의 계약도 추가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독일 보쉬와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통해 독일 BMW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작년 말 자동차 전장업체인 델파이와 하이브리드 상용차용 전지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여기에 SK에너지는 현대.기아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면서 정식 도전장을 내밀었다.

   2차전지 시장이 커지면 이들 업체가 모두 수혜를 입기에 어느 선까지는 주가도 동행할 수 있다. 하지만 매출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는 실적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

   관건은 전기차다.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은 하이브리드차의 16배에 달한다.

   대신증권 강정원 연구원은 "해외계약 건수는 LG화학이 많은데 여기엔 하이브리드 계약도 많다"며 "하이브리드 시장이 먼저 열리면서 LG화학이 주목을 받았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순수 전기차"라고 말했다.

   기술 경쟁력도 열쇠가 될 수 있다. 김영진 연구원은 "전자회사보다는 화학회사가 기술력에서는 더 유리할 수 있다"며 LG화학에 좀 더 점수를 줬다.

   주가 모멘텀 측면에서는 삼성SDI가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매출에서 2차전지 비중이 큰 만큼 배터리 실적 증가에 따른 상승 탄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분리막 등 소재 개발 중심으로 배터리 개발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적이다. 주요 소재의 국산화율이 20%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분리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