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호기자]인천대교가 연쇄추돌에 의한 차량 화재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인천소방안전본부가 최근 펴낸 '대형재난 대응 사례 분석집'에 따르면 인천대교에는 초기 화재 진화에 필수적인 소화전 시설이 전무하고, 대형 사고 발생시 응급차 등이 중앙분리대를 신속히 넘어 병원으로 갈 수 있게 하는 '회차시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지난 2006년 발생한 서해대교 참사와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게 소방안전본부의 지적이다.

인천대교의 경우 소방법상 도로구축물로 분류돼 있어 법적으로는 소화전 설비를 갖출 필요가 없다. 이런 법적인 허점 때문에 인천대교에는 도로 군데군데 비치돼 있는 소화기 외에는 초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설비가 없다.

일본만 하더라도 모든 다리와 터널에 소화전을 반드시 비치하게 제도화돼 있다는 것이 소방안전본부의 설명이다.

회차시설도 문제다. 인천대교에는 4곳의 회차시설이 있다. 그러나 이 시설의 경우 분리형이나 이동형으로 설계돼 있지 않다.

회차시설은 중앙분리대를 제거해 응급차 등이 상·하행선을 신속히 넘어 병원으로 갈 수 있게 하는 장치다. 그러나 인천대교의 경우 사람이 일일이 중앙분리대를 제거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하는 데 필요한 소요시간만 30~40분이 걸려 대형 사고 발생시 신속한 부상자 운반이 어렵다.

특히 인천대교의 경우 케이블을 주탑에 이어 만든 사장교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 케이블이 화재에 취약해 화재 대비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화재에 노출된 케이블은 섭씨 200℃를 넘게 되면 강선의 강도가 떨어지게 되고 약 500℃를 초과하면 강도가 50% 이하로 줄어들어 최악의 경우 끊어질 수 있다는 게 소방안전본부의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대형유조차의 폭발사고로 인해 사장교 케이블이 끊어져 다리가 붕괴됐다는 사례가 있다고 소방안전본부 측은 밝혔다.

인천소방안전본부 교육대 강복식 소방위는 "인천대교는 차량 화재사고에 취약한 구조"라며 "인천대교 측이 이에 대한 대비책을 빨리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