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왕가의 계곡, 멤논(Memnon) 거상(巨像), 카르낙(Karnak)신전, 룩소르(Luxor)신전 등 이집트 고적 명소 룩소르(룩소). 나일(닐)강 동안(東岸)의 도시 룩소르의 2006년 5월 29일 기온은 40도였다. 그러나 신기한 건 햇볕 아래에선 잠시도 견딜 수 없는데도 그늘에만 들어서면 서늘했고 더욱 신묘한 건 밤만 되면 웃옷을 걸쳐야 할 정도였다. 거기서 홍해(紅海)를 건너 사우디 등 아라비아반도로 건너가도 더위의 조건이 비슷한 이유는 바로 사막지대의 낮은 습도 탓이다. 하지만 습도 높은 남유럽이나 동남아시아 기온이 같은 40도라면 숨을 쉬기도 어렵다. 이달 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40도였다.

일본도 습도 높은 기온으로 유별나다. 1978년엔 9월초였는데도 도쿄, 오사카 등 기온이 37도로 몹시 끈적거렸고 일본 기상관측사상 최고였던 2007년 8월 중부 서쪽 기후(岐阜)현 다지미(多治見)시의 40.9도는 사막지대의 50도보다도 견디기 어렵다. 그런데 지난 22일 같은 시 기온이 또 39.4도까지 올라갔다. 분지(盆地) 모양 지형의 열섬현상 탓이다. 지난 5일 베이징(北京)도 40.6도였지만 230명이 숨진 지난 5월 12일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Mandalay)의 45도에 비하면 약과다. 인도 남부도 보통 47~48도까지 올라가 해마다 수백 명씩 목숨을 잃는다. 알 수 없는 건 또 한파의 상징인 시베리아, 러시아다. 7월 평균기온이 24도인 모스크바가 지난 24일엔 130년 만에 최고라는 36.7도까지 올라갔다. 겨울엔 보통 영하 30도인 곳이 그랬다.

미 해양대기국(NOAA)은 지난 16일 금년 6월 지구 기온이 관측사상 최고였다고 발표했다. 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현상 때문이고 금후엔 라니냐현상까지 발생, 기록적인 고온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복인 오늘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복 받은 땅이 대한민국이다. 연중 기온 20도의 남미 칠레에 엊그제 영하 25도의 한파가 몰아친 것만 봐도 이 땅은 신이 남달리 고려하고 참작해 점지해 내린 곳인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