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용 (국회의원(한나라당·안성))
[경인일보=]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10개월 이상 정국을 뜨겁게 달궈왔던 수정안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수정안 부결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또 다른 논란과 과제의 시작일 뿐이다. 나라를 두 동강 내다시피 했던 국론 분열과 대립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그리고 유령도시 논란과 행정 비효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벌써부터 플러스 알파가 여전히 유효한가를 두고 입씨름이 한창이다.

10개월여의 분열과 논란이라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도 원점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유사한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새겨야할 교훈이 참으로 많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의 약속은 천금(千金)과 같이 무거워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세종시 논란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 출발했다. '재미 좀 봤다'는 말처럼 충청권 표를 얻는데 성공했을 지는 모르지만 그 후과는 참으로 감당키 어려웠다. 정녕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상대적으로 더 형편이 어려운 전라도나 경상도의 내륙으로 이전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결국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공약이 10년을 넘긴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도이전과 수도분할, 그리고 플러스알파 등 숱한 국론 분열을 가져왔으며 여전히 분란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지도자라면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위치인 만큼 보다 신중한 약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세종시 논쟁과 국회 표결은 필자에게도 상당히 부담스런 과정이었다. 수정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친이와 친박을 가르는 잣대로 판단되는 상황이었고 자의든 타의든 특정 계파에 줄을 설 것을 끊임없이 강요받는 상황이었다.

이미 세종시 수정안은 상임위에서 부결되었을 뿐더러 본회의에서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필자는 역사에 기록을 남기는 찬반표결에 세종시 그 자체에 대한 입장과 소신을 남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소신에 따라 표결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를 친이·친박 등 소속 계파 구분표로 바라보는 작금의 정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 기관으로 각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 온당하나 주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작금의 정치현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치적인 판단이 자신의 소신과 지역 유권자의 뜻보다 우선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종시 논란에서 소외된 국민도 많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수도권의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하고 수도권이라는 미명하에 규제로 고통받는 경기도 낙후지역 주민, 그리고 영호남과 강원 내륙 지역 주민들은 세종시 논란이 지속되는 동안 허탈함을 지울 수 없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대기업과 학교까지 옮기자고 경쟁적으로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민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도 매우 컸다. 물론 세종시와 인근 지역 주민이 받은 고통 또한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민 모두가 승자가 되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상처만 남긴 듯해 무척 씁쓸하다. 이제 값비싼 대가를 치른 이번 사태의 교훈을 깊이 새기고 진정한 국민통합과 정치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