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밤 독일 보훔 레비어파워 경기장에서 열린 2010 FIFA U-20 여자월드컵 준결승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끝난 뒤 지소연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우승컵은 놓쳤지만 득점왕만은..'
 
   한국이 29일 오후(이하 한국 시간) 독일 보훔 레비어파워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0 FIFA U-20 여자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의 일격으로 결승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았다.
 
   하지만 간판 골잡이 지소연(한양여대)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또하나의 승부가 남아 있다.
 
   열아홉 살 동갑내기이자 이날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겨준 독일의 주포 알렉산드라 포프(FCR뒤스부르크)와의 득점왕 싸움이다.
 
   이날 현재 지소연은 7골을 기록하며 9골로 득점 1위인 포프의 뒤를 쫓고 있다.
 
   2008년 대회 득점상 수상자이자 최우수선수인 시드니 르루(미국.5골)와 안토니아 요란손(스웨덴.4골) 등 경쟁자들은 팀의 4강 진출 실패로 골을 추가할 기회가 없어 이 승부는 오롯이 지소연과 포프의 몫으로 남았다.
 
   이날 경기로 포프와 2골 차이로 뒤지게 됐지만 지소연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절정의 골감각에 비춰보면 내달 1일 3-4위전에서 추가득점을 올리고 득점상인 골든슈를 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내 네티즌들로부터 '지메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지소연은 이번 대회를 통해국제무대에 이름을 확실히 새기며 세계 여자축구를 이끌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 남녀 선수를 통틀어 최연소 A매치 출전(15세8개월) 및 득점(15세10개월) 기록을 가진 지소연은 160㎝의 단신이지만 뛰어난 볼 컨트롤과 패싱 능력, 골 결정력까지 갖춰 일찌감치 한국 여자축구의 희망으로 꼽혔다.
 
   지소연은 미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교체 출전했을 뿐 이날 준결승까지 4경기에서 90분 모두 뛰면서 이번 대회 총 5경기에서 7골을 쏟아냈다.

▲ 29일 밤 독일 보훔 레비어파워 경기장에서 열린 2010 FIFA U-20 여자월드컵 준결승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지소연이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지난 14일 스위스와 조별리그 1차전(4-0승)에서는 이번 대회 첫번째이자 한국 선수로서는 남녀를 통틀어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가나와 2차전(4-2승)에서 두골을 몰아넣은 지소연은 멕시코와 8강전(3-1승)에서1골을 추가한 데 이어 이날 독일과 준결승전에서는 상대 수비수 2명을 현란한 드리블로 제치고 만회골을 성공시키는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물론 우승과 득점왕을 모두 욕심내고 있는 포프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포프는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코스타리카와 첫 경기(4-2 승)에서 두 골, 콜롬비아와 2차전(4-1 승)에서 선제골을 넣는 등 지금까지 매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프랑스와 3차전(4-1 승)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북한과 8강 경기에서도 선제 결승골을 넣었으며 한국과 준결승에서도 페널티킥을 포함해 두 골이나 성공시켰다.
 
   하지만 독일전을 앞두고 "꼭 이기고 싶다"고 승부 근성을 불태웠던 지소연이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FIFA 17세 이하 월드컵에서부터 경쟁해온 포프에게 득점상을 호락호락하게 내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 성인 대표팀이 본선 출전권 획득에 실패해 2011년 독일 여자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는 지소연에게 이번 대회 득점왕 경쟁은 더더욱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지소연이 준결승전 패배의 아픔을 딛고 세계 여자축구의 차세대 '지존'으로 등극해 한국 축구에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3-4위전이 기다려지는 또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