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운 (국회의원(한나라당·고양일산동구))
[경인일보=]DTI(총부채 상환비율) 규제 완화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주택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국토해양부는 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기관 부실화를 우려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고, 한나라당에선 친서민 정책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반박에 엉거주춤하고 있다. 민주당은 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죽어나는 것은 주로 1주택을 가진 40대 중산층이다. 40대 대부분은 열심히 저축하여 근근이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살지만, 커가는 아이들에게 각방을 주고 싶어 조금 더 큰 아파트로 옮기려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중도금을 치르고 입주 날짜가 다가오는데도 오도가도 못하고 높은 연체 이자만 물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살고 있는 집을 팔려고 시세에 훨씬 못미치는 값에 내놓아도 도무지 팔리지 않는다. 아예 거래가 사라졌다.

왜 그럴까. 바로 DTI 규제라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때문이다. 종전에는 아파트를 담보로 감정가의 일정 비율만큼 돈을 융자받아 왔다. 그러나 DTI 규제로 대출 수요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 금액을 제한하다보니 융자 액수가 뚝 떨어져 주택매입 수요가 급감하고 거래도 끊겼다.

참으로 아이러니다. 본래 DTI, LTV(주택담보 인정비율)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무현 정부때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거래는 실종돼 오히려 주택시장 수요를 진작시켜야 될 지금도 현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고집하며 원성과 분노를 사고 있으니 말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DTI 규제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 DTI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기관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주장도 부풀려져 있다. 소득 대비 대출금 비중을 보여주는 PTI도 작년말 기준 17.8%로 미국 권고 기준인 30%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금융기관 부실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우리나라는 LTV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DTI를 완화하더라도 개인대출 증가가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작년말 46.2%로 미국 74.9%, 영국 85.2%(2007년말)보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크게 양호하다. 'DTI 완화가 부자를 위한 것'이라느니, '친서민이라는 당의 정체성에 위배돼 반대한다'느니 하는 한가로운 소리는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집 한 채가 재산의 거의 전부인 그들, 융자를 안고 원리금을 착실히 갚아가며 힘들게 자기 집으로 만들어가는 그들에게 서민이 아니라서 반대한다는 말은 그들을 분노케할 뿐이다. 그들이야말로 투기도 모른채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이며 무주택자를 위해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 우리 사회의 주춧돌이다. 그들을 외면한 채 친서민을 외치는 것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그들이 고통속에서 절규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지금 이대로 간다고 주택시장이 선순환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꽁꽁 얼어붙은 수도권 주택시장을 녹여서 살아나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금융 건전성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장이 죽으면 모두가 죽는다. 주택 구매자도 공급자도 죽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권도 죽는다. 하루빨리 청와대가 단안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