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동연 (경기도 국제관계자문대사)
[경인일보=]우리는 한국 거주 외국계 주민이 114만명을 넘어선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다. 경기도에는 이들 중 약 29%인 34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전국 1위이다. 경기도의 결혼이민자(혼인 귀화자 포함)는 5만명 가까이 되며 그들의 자녀가 3만명에 이른다. 국적별로는 중국(조선족 포함)이 57%(19만1천793명), 베트남 9%(3만687명), 필리핀, 태국, 몽골 등의 순이다.

지난 7월 8일 베트남에서 한국에 온지 8일만에 정신질환을 앓던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된 '베트남 새댁' 사건이 부산에서 발생하였다. 피의자는 정신분열 증세로 57회에 걸쳐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로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는 것은 피했으나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2007년에도 19세의 어린 나이에 베트남에서 시집온 신부가 신혼 시작 한 달여만에 천안의 어느 지하셋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갈비뼈가 18개나 부러져 있었는데 범인은 46살의 남편이었다.

이 두 사례 모두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한 결혼후에 일어난 사건으로 국제결혼중개 실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국다문화가족 실태 조사에 의하면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의 66%, 캄보디아 여성의 84%가 결혼중개업체의 소개로 결혼에 이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이주 여성과 남편의 연령차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모두 17세가 넘는다. 이와 같이 국제결혼이 대부분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성사되고 있으나, 일부 중개업체는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결혼을 빨리 많이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를 거듭하고 있다. 타국의 여성들을 마치 물건 수입하듯 취급하고 있다고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렇게 무리하게 이루어진 결혼은 당초부터 원만한 가정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고 가족간의 갈등, 이혼 등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두 남녀가 결혼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너무도 안쓰럽다. 그들의 문제는 대를 이어 계속된다. 바로 자녀의 언어교육 문제다.

이번 베트남 신부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가족부·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국제결혼 중개 건전화와 결혼이민자 인권보호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비영리 국제결혼 중개기관 설립 검토, 국제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내국인에게 출국전 소양교육 의무화 및 결혼사증 발급 심사기준 강화, 국제결혼 중개업체에 대한 단속·점검 및 관리 강화, 결혼 이민자 상담 등 인권보호 강화 등이다. 매번 사건이 나고 나면 적지않은 대책을 내놓았으나 아직도 국제결혼중개업체에 의한 결혼에 문제가 많은데 이번 기회에 좀더 과감한 조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경기도에서는 다문화 가족의 국내 정착 지원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금년중 24개소로 확대), 외국인복지센터(총 5개소 운영), 결혼이민자 보호시설 및 글로벌다문화센터(안산시) 건립 등 인프라를 확충하여 다문화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어교육, 취업교육, 다문화이해 교육, 한국문화체험, 각종 상담, 다문화가족 자녀 언어교육 및 아동양육 지원, 결혼이민자 통·번역 서비스 제공, 다문화가정 부부 워크숍 개최 등 다문화 가정의 필요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국제결혼으로 인한 문제점 해소책의 일환으로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한국인 남성, 이미 국제결혼을 통해 다문화 가정을 이룬 부부 등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러한 체계적이며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을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따뜻한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안고 이 땅을 찾아온 많은 결혼이주 여성들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존경받고 사랑받는 세계속의 한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활짝 웃는 행복한 '베트남댁'을 보고 싶은 소박한 꿈이 하루바삐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