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정책은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는 미명아래 부동산시장의 원리를 철저히 무시해 왔다. 마치 두더지를 두들겨 패면 영원히 지하에 잠적하고 말 것이라고 하는 단순한 논리에 매달려 왔다. 그러다 보니 DTI 규제, LTV 규제, 재건축 규제, 보유 및 이전과세의 중과, 실거래가세제 등의 부동산 정책들이 나오게 되었다. '이발사가 실수를 하면 새로운 머리스타일이 생기고 재단사가 실수를 하면 새로운 패션을 만든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통제는 오히려 서민들을 더 깊은 시름에 빠지게 만들고, 주거 이전의 자유마저 빼앗는 격이 되고 만다.
현재의 급격한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거래 실종은 결코 우리 경제에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특정지역에 대한 무차별한 금융 규제와 세금폭탄 등 비전부재에 따른 불안심리도 증폭되는 측면이 무엇보다 강하다. 따라서 이러한 요인들에 대한 치유를 전제하지 않은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는 무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부동산시장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는 부동산 투기와도 관련이 있다. 사실 부동산 투기와 투자를 구별하는 것에 대한 입장 차이는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대립된 논쟁거리중의 하나이다. 사실 부동산시장에서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투자와 투기의 명확한 구별은 쉽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이로운 행위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하여 구별해야 하며, 이러한 구별에 따라 장려해야 할 행위와 비난하고 억제해야 할 행위로 구별할 필요가 있다. 마치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별하여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을 선별적으로 제거하듯이 부동산 정책도 선별적으로 대상을 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와 투기의 구별이 필요하다. 이는 부동산시장의 거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달리 취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현실의 부동산시장에서 합리적 기대에 의한 투자를 하든가 아니면 적응적 기대에 의한 투기를 하는가 하는 연구물이 많다. 그런데 부동산시장에서는 합리적 기대에 의한 행동보다는 적응적 기대에 의한 행동이 더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가장 인용되는 이론은 아마도 케인즈가 그의 저서 '일반이론'에서 설명할 때 이용했던 소위 '미인투표이론'일 것이다. 그에 의하면 투표로 미인을 뽑는 미인선발대회에서 투표자는 자신이 가장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여인에게 투표하기보다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생각할 것으로 여겨지는 여인에게 투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체로 투표자의 평균 선호에 가장 가까운 여인이 미인으로 최종 선발되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각 투표자의 결정은 다른 투표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대한 믿음의 차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정부는 부동산값에 대하여 투기 근절이라는 정책에 매달려 왔지만 부동산시장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꾸로만 달려가곤 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지독한 불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부동산시장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발표는 단기적으로 부동산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실물경기가 회복되었다는 신호여서 오히려 긍정적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경기는 실물경기보다 후행하는 추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호에 맞추어 현 부동산시장에 적합한 장기적이면서도 유동적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소비자들의 올바른 판단이 부합된다면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