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정부의 공기업 개혁 청사진이 가시화된 것은 집권 6개월만인 2008년 5월부터였다. 한국도로공사·코레일·부산항만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 30곳의 경영을 민간에 위탁하고 산업은행·우리금융지주·대한주택보증 등 50여곳을 민영화하기로 했다. 또한 주공-토공,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50여곳을 통폐합하고 부실 공기업 30여곳은 청산하기로 하는 등 과감하고 파격적이었다.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작업을 최대한 2008년 중에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그해 8월에 제1차 선진화 방침을 공표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우리금융지주·하이닉스반도체·대우증권·현대건설 등 27개 기관의 민영화와 주공-토공간, 신보-기보간 통폐합 2건, 인천공항공사 해외 지분 매각 등 41건이었다. 같은 달 26일에 발표된 2차 선진화 계획에는 정부 각 부처의 유사 산하기관 통폐합과 부실 투성이인 한국공항공사를 민영화하고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캠코)·한국감정원의 업무를 고유 핵심 업종 위주로 대폭 축소하며 정리금융공사·한국노동교육원·코레일애드컴의 해체가 주요 내용이었다. 같은 해 10월에 선을 보인 3차 선진화 대상으로 총 30개 공공기관이 지정되었는데 지역난방공사·안산도시개발·인천종합에너지·대한주택보증·한전기술 등이 민영화 대상에 새로 추가되었으며 독점시장이던 가스수입시장과 방송광고 대행시장은 경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 결과 안산도시개발·농지개량공사·한국자산신탁 등이 완전히 민영화됐으며 그랜드코리아레저·한전기술·지역난방공사 등은 상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을 비롯한 철도공사·수자원공사·도로공사 등 덩치가 큰 공기업들은 개혁 대상에서 제외된 반면에 별 볼일 없는 소규모의 공기업들만 호된 시련을 겪었다. 곁가지만 쳐내는 식의 공기업 선진화였던 셈이다. 주목대상이던 신보-기보간의 통폐합도 물 건너갔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동안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작업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의 부실이 오히려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이재선 국회의원이 2007~2009년 동안 국토해양부 산하 주요 공기업 20곳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부서간 통폐합은 형식에 그쳤으며 정원 축소는 하위직급 위주로 진행되었고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LH의 경우 사업본부·직할단은 4곳이 추가로 신설된 반면에 인력 감축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에 통합된 지 1년도 못돼 빚이 무려 23조원이나 늘었다.
이번에는 정부가 지방공기업들에 회초리를 들 예정이다. 공기업 설립권이 정부에서 지자체로 이관된 1999년 이후 전국 16개 시·도의 공기업수가 무려 70% 이상 증가한데다 전국 371개 지방공기업의 부채가 최근 4년만에 무려 152%나 급증, 지자체의 파산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부채 총액은 인천시 부채의 2배 이상이고 경기도시개발공사도 6조7천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있는 실정이다. 지자체들의 재정 자립도가 취약한 현실을 감안할 때 대수술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공기업 선진화는 언감생심이고 과거 공기업 개혁 사례들을 반추하면 걱정이 앞선다. 온갖 지혜를 다 동원해도 정부가 매스를 가할수록 부실이 오히려 확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시절 지역의료보험과 직장의료보험을 강제로 통합한 결과, 부실이 더 커져 국민의료보험이 위경(危境)에 이른 것이 대표적이다. 갈 데까지 가야하는건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