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욱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경인일보=]스트레스! 우리 모두의 귀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누군가가 항상 사용하는 말이다. 사람들마다 건강, 자녀교육, 취업, 직장내 갈등 등 다양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이 주는 압박감을 소화하고 이겨내지 못하면 심신이 균형을 잃고 극히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명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스트레스'라는 용어가 최근에는 금융기관이라는 조직체를 대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얼마 전 재정 위기에 빠진 남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유럽연합 20개국의 금융기관들에 대한 유럽 은행감독위원회(CEBS)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된 가운데 그 결과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바 있으며, 현재는 홍콩 소재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논쟁이 한창이다. 왜냐하면 홍콩 은행들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부동산 버블로 인해 실제로는 40~60%정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국내 은행들에게 적용해 본다면, 국내 경제상황이 호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BIS 비율 등 자산 건전성 지표가 대체로 양호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도 LTV, DTI 등의 다양한 견제 장치가 설정되어 있어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이와 달리 최근 은행들에 대한 금년 2분기중 손익 점검 결과, 리딩뱅크격인 국민은행은 3천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하고 여타 주요 은행들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되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수익성 악화의 세세한 내역이야 무엇이든 더블딥('double dip' recession:경기 이중침체)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미국 등 주요국 은행들의 영업 실적이 금융위기 후 적자에서 최근 흑자로 전환되고 있는데 반해, 경제 회복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의 은행들이 실적 악화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문제는 앞으로 전개될 금융환경하에서 은행들의 실적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른 리스크 증대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우선 하반기에도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업구조조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여 이와 관련한 리스크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기관 개인대출의 대종이 주택담보대출이고, 국내 은행들의 PF 대출이 47조원(금융기관 전체 8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어 부동산 관련 대출의 상당부분이 부실화될 위험성이 있어 보인다. 또한 기준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경우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일부 가계 및 자영업자 대출에서의 연체율 상승이 예상되고, 그간 최저금리 수준하에서 집중 매입한 채권도 평가손이 발생하면서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외에도 지난 상반기중 국내 은행들의 해외 단기차입 규모가 총 해외차입 29억2천만달러중 94.9%를 점유하면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20%p 상승한 것도 리스크 증가 요인이다.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이 현재화할 경우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금융기관들은 기존 대출의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함과 아울러 신규 대출시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등 부실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자체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논의중인 자본 건전성 및 위험자산 규제 방안(바젤 Ⅲ 규정)에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편, 감독기관 등 금융당국은 금융기관들의 예대율, 자산-부채간의 만기불일치 상황 등을 철저히 점검함과 아울러, 지난 달 공표한 외화 유동성 비율 및 외화안전자산 보유 규제, 선물환 포지션 규제 등 외환건전성 제고 방안을 차질없이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