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모든 가맹점 무이자 할부, 최대50% 할인 등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과열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들이 신규 회원 확보로 수익 증대에 힘을 쏟으면서 수성에 나서는선발주자와의 순위 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파격적인 상품을 내놓은 곳은 하나은행과 SK텔레콤이 손을 잡고 새롭게 출발한 하나SK카드와 롯데카드 등 후발주자들이다.
하나SK카드는 최근 CJ그룹과 제휴해 전월 사용실적 제한 없이 할인과 적립 혜택을 주는 '하나SK CJ 티타늄카드'를 선보였다. 요즘 카드는 보통 전월 실적 조건을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카드는 그런 제한을 아예 없앤 것.
또 하나SK카드는 이달 초 모든 가맹점에서 최대 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연말까지 시행한다고 밝혀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보통 주유, 영화, 백화점 등 업종별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벌이는데 업종 구분없이 전 가맹점에서 서비스를 하는건 이례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대란이 있기 전에는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라며 "카드사가 모든 가맹점의 할부 이자를 떠안는 것인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카드가 지난 6월 출시한 '롯데마트 DC100 카드'도 할인 혜택이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이용금액에 따라 최고 10%의 할인 혜택에 3개월마다 한번씩 10만원의 무료쇼핑 혜택을 주는 것이 제살깎아먹기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카드사들의 주유할인 및 적립 서비스 경쟁은 '주유전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삼성카드가 지난 3월 주유소에서 ℓ당 최대 1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카앤모아카드'를 출시해 상반기 인기를 끌자 신한카드는 지난달 SK 주유소에서 주유 시 ℓ당 최고 120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신한 SK에너지 OILing카드'를 내놓았다.
금융감독 당국은 카드사들의 과열경쟁을 막으려고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는 부가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보통 할인은 ℓ당 60원, 적립은 80원 선이다.
이들 카드사는 제휴사랑 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규제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이후 다른 카드사들에도 영향을 미쳐 주유 할인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손익분기점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출혈을 감수하며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것은 신규 회원 확보로 수익 증대를 노리기 때문이다.
특히 후발주자들은 손익보다 성장에 더 무게를 두고 '모험'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하나SK카드 관계자는 "후발주자니까 선발주자보다 더 큰 혜택을 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며 "그러나 충분히 감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역마진을 내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과열 경쟁이 부실로 이어져 경제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너무 파격적인 상품을 계속 내놓으면 과열 양상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특히 경쟁업체들은 똑같은 혜택을 제공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직 하나SK카드나 롯데카드가 카드사 중에서는 '마이너'에 속하기 때문에 파장이 크지는 않겠지만 업계 2위인 KB카드가 내년에 독립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