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완 (논설위원)
[경인일보=]수면이 부족하다. 그 전면에 경쟁이 있다. 유치원에서 부터 아이들이 경쟁에 길들여지면서 잘사는 삶의 방법을 망각한다. 밝고 맑은 정신으로 건강하고 똑똑하게 살기 위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중 하나가 잠이지만, 경쟁에서는 가장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돼 버렸다. 1년 12달 평균 수면을 밑도는 생활을 되풀이하면서도 좀더 덜자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묘안을 1차 타의에 의해, 2차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하게 된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사회인으로서의 골격을 형성해가는 중요한 시기인 중·고교생 시절, 뇌가 가장 심하게 혹사당하면서 극도로 피로감을 쌓고 산다.

우리나라 중·고교생(12~18세)의 하루 평균 자는 시간은 6.1시간이다. 가천의대 정신과 이유진·김석주 교수팀이 최근 국내 중·고교생 8천530명을 대상으로 수면 실태를 조사한 결과로, 이는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중학생보다 좋은 직장, 신분 상승의 기준이 되는 대학교 진학을 앞둔 고교생의 경우 더 심해 평균 5.8시간의 수면만을 취한다. 4시간 이하도 전체의 10.3%나 되며, 89.7%의 학생이 휴일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해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 같은 시기 평일 독일 청소년의 평균은 8시간, 스페인 청소년 7시간인 것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휴일에도 2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 수치다.

장기간 수면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하다. 연구팀이 2천766명을 대상으로 주의력 검사를 실시해 보니, 주의력 고위험군에 속하는 청소년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5.4시간이었다.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증상은 우울증과 충동조절능력 저하다. 많은 학생들이 경쟁에 내몰려 잠을 설치면서도 일부만 성공적인 경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족한 잠이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청소년들의 흉포화해지는 범죄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경쟁에서 밀리고 정신건강도 지키지 못한, 최악의 환경이 빚어낸 최악의 결과라는 추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경쟁으로 인해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하기는 청소년기를 지나 취업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숱한 경쟁자를 제치고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시간적 차이만 있을 뿐 경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데서 잠자기를 꺼리게 된다. 억측일 수도 있지만 잠재적 범죄군이 늘 상존해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5시간이다. 미국인 7.8시간 보다 1시간 이상 부족했다. 대한수면의학회가 일반 직장인 및 병원 근무자 554명(남 336명, 여 218명)을 대상으로 수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직장인들의 낮은 수면의 질로 인해 발생하는 근로시간 손실 비용이 근로자 1인당 연간 711시간 31분, 주 5일 기준 하루 평균 2시간 40분 정도라고 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평균 1천586만4천365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졸림으로 인한 일 수행 저하 및 업무 지장, 직업 관련 사고 및 교통사고, 수면중 무호흡 증상과 코골이, 수면불편 등이 손실 비용의 대표군이다. 충분한 잠은 창의성과 연관이 있다. 스티븐슨은 잠속에서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아이디어를 얻었고, 모차르트와 베토벤도 잠자는 사이 많은 곡의 악상을 떠올리는 등 잠의 성공 사례는 많다. 반면 잠을 설치면 생각을 집중하지 못하게 되며, 특히 잡상에 시달리게 된다.

인간은 평생동안 3분의 1을 잠을 자면서 보낸다고 한다. 그 잠의 질에 따라 개인을 넘어 기업과 사회, 국가에 미치는 영향의 질도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 국내·외 연구 성과다. 경쟁에서 이겨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어려서부터 남보다 더 일찍 더 많이 공부하는 '4당5락' 습관은 낙오자의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0교시 등 교육관련 교육시스템도 그렇고, 부모의 욕심도 바꿔야 한다. 창의성 교육으로 돌아가야 우리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 건전성을 지니게 된다. 그러면 사회도 국가도 밝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