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WTO 회원국으로 WTO가 추구하는 '관세없는 자유시장으로의 세계화'의 방향과 질서에 따르고 참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가 무역으로 경제를 일구어가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개방은 선택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WTO는 없어서는 안될 버팀목이며 WTO가 추진중인 DDA협상이나 각 회원국간의 양자간 협상(FTA)에서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 협상에서 사회 전부문에 걸쳐 적극적인 활동을 충분히 감당할 능력도 갖추었다.
그런데 한 가지 국내적 여건이 조성되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이 있다. 아직도 취약한 우리의 농업 부문이다. 이 농업 부문의 안정기반을 조성하고 농어민의 소득보장 기반을 갖추며 농어촌의 활력 기반을 확립하는 것이 그래서 시급하다. 지금 시장 개방이 진행되는 몇 년 동안의 기간에 우리 농업을 경쟁력이 있는 농업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농업의 붕괴를 막을 길이 없게 된다.
그러면 우리 농업은 전혀 경쟁력이 없는 것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농산물수출국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우리의 농지면적은 180만㏊인데 네덜란드는 219만㏊이다. 호당 경지면적도 1.5:17㏊. 그러나 농업생산성은 우리가 높아 곡물생산은 3.7배, 채소생산량도 4.1배나 높다. 단 네덜란드의 주력 품목인 축산은 우리의 생산성이 그들의 70% 수준이다. 종합적으로 볼때 농축산물 생산액으로는 우리가 1.8배나 높다. 결국 우리 농업은 기술이나 생산성 어느 면에서도 수준급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농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주로 경영 규모의 영세성과 높은 생산원가에서 비롯된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그래서 영농 규모화와 농자재 가격 적정화, 기반조성 정책 등 농업의 구조개선 정책이 강조되는 것이다.
우리 농업도 이제 안정 기반을 만들어 문제를 풀고 가야 한다. 농업 문제를 농민들이 종사하는 직업의 하나로만 보아서는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우리 농업을 안정시키고 제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가지의 기본적인 문제는 목적과 수단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국민식량주권의 확보 유지다. 우리나라의 식량주권문제에서는 쌀농사 문제를 풀어야 한다. 쌀은 좁은 땅에서 많은 국민을 먹여살릴 수 있는 중요한 농사다. 또한 물관리는 장마철의 물저장을 통해 홍수 조절 기능을 가지게 했으며, 지하수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었고 논둑 관리를 통해 토양 유실을 방지하는 등 물관리의 하부구조와 국토관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강조하여 논농사의 물관리 비용, 홍수 조절 비용, 지하수 공급 비용 등을 평당 얼마씩 지원하는 방법을 적용하면 쌀값을 떨어뜨려도 농가 소득이 보장되며 국산쌀의 가공용 소비를 늘리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다음은 농가소득보장이다. 쌀소득이 보장되어도, 농업생산 소득만으로는 타 산업분야의 소득성장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농가 소득의 계속적인 향상을 위해서는 쌀 농업의 산업화를 지원해야 한다. 그 다음은 농어촌 지역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교육인프라 개선과 주거생활 편익시설의 확충이 중요하다.
우리 농업도 이제는 모두 개방되고 수입농산물이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게 될 것이지만, 반대로 우리의 농산물도 세계시장으로 얼마든지 나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농경지의 면적이 좁아서 규모화를 바탕으로 하는 가격경쟁력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품질경쟁력과 가공산업화를 포함하는 마케팅 경쟁력에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할 조직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여기에서 특히 품질 경쟁력과 가공산업의 뒷받침은 과학 기술의 강력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화해야 한다.
농수산물 가공산업은 우리 농촌사회의 활력 요소가 되고 농촌경제를 키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 농수산물과 지역의 특산물들을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키워내는 농어촌산업 육성 정책은 그래서 지금 시급하고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