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최규원기자]은행들이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전면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건전성 분류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PF 대출 규모도 대폭 줄일 예정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PF 대출 부실이 급증한 가운데 추가 부실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최근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건전성 분류를 한층 엄격하게 한 'PF대출 리스크 관리 모범 규준'을 잠정 확정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사업성 등을 따져 건전성을 분류했으나 이번에 공통된 기준을 만들고 충당금 적립 요건을 더 강화한 것이다.

이 안에 따르면 은행권 신용위험 상시평가 결과 C(워크아웃)나 D(법정관리)등급을 받은 건설사가 시공하는 PF 사업장에 대해 건전성 분류를 '요주의'로 하되 충당금은 최고 요율로 쌓도록 했다.

▲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해당 사업장의 분양률이 60% 미만이거나 책임준공, 연대보증과 같은 실효성 있는 신용보강이 없을 경우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상당수가 이 조건에 해당한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로 하여금 정상여신의 0.85~6%, 요주의여신의 7~19%, 고정여신의 20~49%, 회수의문의 50~99%, 추정손실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요주의여신의 최고 적립 요율을 적용하면 충당금은 19%를 쌓아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PF 대출은 대부분 시공사의 연대보증이나 지급보증 형태로 나가기 때문에 시공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해당 사업장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범 규준은 B등급인 건설사가 시공하는 PF 사업장에 대해서도 사업계획서상 사업이 2년 이상 장기지연되거나 분양률 60% 미만이면 요주의로 분류하도록 했다.

이러한 모범규준은 9월 말 결산부터 적용된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C, D등급 건설사가 시공하는 PF 사업장에 대해 '고정이하'로 분류토록 했으나 은행들의 반발로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건전성 분류는 요주의로 하면서 충당금은 고정이하 여신에 준해 쌓도록 절충안을 찾은 것이다.

또한 은행들은 기존 PF 대출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한편 신규 대출도 사실상 중단했다.

국민은행은 2008년 말 12조2천억원이던 PF 대출 잔액을 작년에 9조원으로 3조2천억원 줄였고 올해 들어서도 1조2천억원 축소했다.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추가로 1조원을 줄일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신규 PF 대출을 중단한 상태이며 분양과 입주가 지연돼 PF 대출 기한이 연장될 때 일부 대출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줄여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에 공문을 보내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정리작업에 속도를 내 줄 것을 주문했다.

부실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매각, 상각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자금조달 등의 어려움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는 곳은 시행사나 시공사를 교체하거나 은행이 별도로 구조조정전문회사(SPC)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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