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들은 말한다. '현재와 같은 인사청문회가 인민재판식이 아니냐. 인권도 생각지 않고 마녀사냥하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 국회의원들은 뭐가 그리 깨끗하다고 이렇게 구석구석 파헤칠 수 있는 것이냐'. 물론 청문회가 주는 역기능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청문회가 도입된 10년간 적잖은 결격자들을 걸러내는 효과도 있었고 미래 후보자들에게는 학습의 효과도 있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연적 과정이기에 필요한 제도다. 그럼에도 매번 반복되는 사례들로 낙마를 겪는다면 인재등용에 큰 실패를 했다는 얘기다.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단골메뉴는 위장전입·세금탈루·부동산 투기 의혹에 논문표절·병역기피 의혹이다. 결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법치국가인 줄만 믿고 살아온 힘없고 순진한 대다수 서민들이 분노를 느끼기에 더욱 그렇다.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할 사람들이라면 누가 친서민 정부라 생각하고, 누가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라 보겠는가.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엄연히 알면서도 이를 밥먹듯이 어긴 자들이 장관 자리에 앉으려고 포장하는 말이 자식교육이다. 국민들도 엄연히 자식이 있다.
일부에서는 인사청문회가 지나친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고, 일반인과의 형평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요즘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몇이나 되겠느냐' 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공직후보자가 불법체류자를 식모로 썼다가 낙마한 사례도 있다. 법을 어기지 않고 살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법을 어기면 여지없이 법대로 처리되는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은 전문성에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왔다고 한다면 아예 공직에 나서지 않아야 함이 마땅하다.
'대학' 본문에는 "백성들의 마음을 얻으면 나라를 얻지만 백성들의 마음을 잃으면 나라도 잃는다"(得衆則得國 失衆則失國)라고 했다. 민심을 얻으면 나라를 얻어 보존하지만 민심을 잃으면 나라도 잃는다는 무서운 경고를 내린 것이다. 이번 공직 후보자의 낙마가 이를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또 탁월한 통치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에게 두 가지의 큰 정치가 있으니 하나는 '용인(用人:인재등용)'이고 둘은 '이재(理財:경제정책)다. 인재등용을 제대로 해야 백성들의 마음에 위배되지 않고, 나라의 재정관리와 세금징수에서 민심에 위배되지 않아야 인심과 "물정(物情)이 평윤(平允)해지고 나라가 평안해진다"(物情平允 邦國以安)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 인재를 제대로 골라서 등용하고 나라의 재정과 경제정책을 올바르게 펴서 공평하고 정당하게 세금을 징수한다면 나라가 시끄러워질 이유가 없다. 통치행위 중에서 역시 어려운 것도 인사다. 위의(威儀)가 장엄하지 못한 사람, 측근 신하의 세력에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도 임금은 존경하지 않는다고 다산은 말했다. 대통령은 물론 모든 국민이 존경하고 신뢰하고, 또 도덕성 있는 그런 관료들이 무수히 등장할 때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 이번에 지명될 총리와 장관후보자는 반드시 국민들의 신임을 얻는 그런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