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인 8월 하순 이후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화해 태풍 발생에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고,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면서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태풍길'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태풍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바다가 여름에 점점 데워지다가 9월초 가장 따뜻해지기 때문에 이때쯤 발생하는 태풍의 위력은 대체로 세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2000년 이후 강한태풍이 많이 생기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라니냐의 영향으로 서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힘센' 가을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태풍 잇따라 발생…"북태평양고기압 세력 수축때문" = 올해들어 5일 현재까지만들어진 태풍은 지난 3일 오후 발생해 한반도를 향해 서서히 북진하고 있는 '말로'까지 모두 9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개가 8월 하순부터 9월 초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25일 제5호 태풍 '민들레'가 생긴 뒤 29일 6호 태풍 '라이언록'과 7호 '곤파스'가, 그 다음날에는 8호 '남테운'이 대만 인근 해상에서 발생했다.
 
   태풍 곤파스가 지난 2일 한반도에 상륙해 적지 않은 피해를 줬으며, 말로 역시 예상 진로대로라면 한반도에 상륙해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태풍은 보통 9월보다 7~8월에 많이 생기지만 올해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태풍 발생해역까지 오래도록 세력을 미쳐 예년보다 적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해역의 올해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발생 조건이 좋았지만 최근까지 북태평양고기압이 서태평양 남쪽까지 확장하면서 대류 활동을 막아 태풍 발생이 적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8월 중순 이후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면서 '가을 태풍'이 만들어질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태풍은 여름에 발생하면 우리나라 부근에 강하게 형성된 북태평양고기압에 막혀한반도에 접근하는 비율이 낮지만, 가을에 생기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확률이 높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고 있으면 태풍은 중국대륙 쪽으로 진행하지만, 보통 8월 중순 이후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조금씩 약화해 일본 열도 부근까지 움츠러들게 되므로 우리나라 쪽으로 태풍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온난화로 2000년 이후 '가을 태풍' 위력 세져 = 가을에 발생하는 태풍은 대체로 여름 태풍보다 강한 위력을 지닌데다 그동안 막대한 피해를 준 선례가 많았다.

 태풍 발생 해역의 해수온도는 여름에 점점 상승하다가 백로(올해 9월8일) 를 전후한 시기에 가장 따뜻해지는데, 이 무렵 발생하는 태풍은 고온의 바다에서 공급되는 수증기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강하게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1959년 사라(9월11~18일)와 2003년 매미(9월6~14일), 2005년 나비(9월5~7일) 등 그동안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 10개 중 절반 이상인 6개가 9월 전후로 한반도에 상륙했다.
 
   특히 최근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2000년 이후 강한 태풍이 많이 발생해 피해를 주고 있다.
 
   해수면 온도가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태풍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수증기 역시 많아져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피해액 규모가 컸던 10개 중 5개가 2000년 이후의 태풍이었다.
 
   2002년 '루사'가 1904년 기상관측 개시 이래 가장 많은 하루 강우량(강릉 870.5㎜)을 기록하면서 5조2천622억원 상당의 피해를 남겨 1위를 기록했다.
 
   루사 발생 다음해인 2003년에 발생한 태풍 '매미'(2위)도 4조2천225억원의 피해를 안겼고, 2006년 에위니아(1조8천340억원.3위), 2000년 프라피룬(2천556억원.8위), 2005년 나리(1천385억원.10위) 등도 한반도에 많은 피해를 줬다.
 
   올해 역시 '라니냐'의 영향으로 서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 '힘센' 가을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봄까지 예년보다 높던 적도 부근 동태평양 수온이 5월부터 급격히 떨어져 현재는 예년보다 오히려 0.6도 가량 낮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동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예년보다 0.5도 이상 떨어지는 현상인 라니냐의 영향으로 더운 바닷물이 서태평양으로 모여들고 있어 서태평양 지역 해수온도가 예년보다 1~2도 가량 높은 상태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라니냐 현상으로 서태평양의 바닷물이 따뜻해 강한 태풍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태풍의 이동경로에 있는 해수의 온도가 예년보다 2~3도 가량 높아 태풍이 북상하면서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