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묵직하고 점잖은 역이라 저랑 성격이 전혀 다른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웃음)"
   박상면(42)이 KBS 2TV '제빵왕 김탁구'에서 팔봉제빵점의 '대장' 양인목 역을 맡아 모처럼 우직한 연기를 선보이며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종영을 4회 앞둔 지난 2일 시청률 48.4%를 기록한 이 드라마에서 그는 주인공 김탁구(윤시윤 분)가 팔봉선생(장항선)에 이어 믿고 의지하는 인목 역으로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7일 "그간 주로 웃긴 캐릭터를 해왔으니 시청자가 '안 어울린다'고 할까봐 걱정했다. 이전에도 두 번 진지한 역할을 했는데 무척 힘들었다. '그래도 웃겨요'라는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번 드라마에서는 처음부터 시청자가 박상면의 인목을 받아들여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상면은 최근에도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2', 드라마 '세친구'와 '여사부일체'에서 코믹 연기를 펼치는 등 늘 '웃음'과 한 몸처럼 붙어다녔다. 도중에 드라마 '폭풍속으로'와 '서울 1945'에서 서늘한 악역을 맡아 두려움을 주는 데 성공하기도 했지만 스스로도 몸에 꼭 맞는 옷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제빵왕 김탁구'에서 악역이 아닌, 무서운 듯하지만 그릇이 크고 마음이 따뜻한 큰 형 같은 인물을 연기하면서 시청자도, 그도 새로운 발견에 흡족해하고 있다.

   "사실 고민하다가 출연을 안 할 뻔했어요. 그러다 방송 한 달을 남기고 막차를 탔는데 대박이 나서 너무 기뻐요. 제빵실에서 모두 '대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또 이런 배역도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어서 좋고요. 다만, 농담은 한마디도 못하는 게 좀 불편해요.(웃음) 촬영하면 이한위 씨 등과 함께 대사를 치고받고 싶은 순간이 많아요. '여기서 이렇게 하면 웃길 텐데' 싶은 순간이 있는데 그것을 꾹 참는 게 좀 힘들어요. 그래서 슛 들어가기 전에 한껏 농담을 하며 몸을 풀지요."

   촬영하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한다.

   "김탁구가 눈을 다쳐 제빵실을 떠난다고 했을 때 '바보같은 놈아'라며 붙잡으며 이야기할 때 눈물이 막 나와서 NG가 났어요. 인목은 대인이라 눈시울이 붉어질 수는 있어도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되는데 감정에 몰입하다 보니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또 구일중(전광렬)이 마침내 아들을 찾아 '탁구야!' 하며 울 때는 그 모습을 보면서 엄청 울었어요. 이 드라마가 의외로 눈물을 많이 흘리게 하네요."

   박상면은 "연기자인 내가 봐도 다음 회 대본이 기다려지는 드라마다. 작가가 2년을 준비했다고 하니 오죽 치밀하게 준비했겠나"라며 "폭력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눈물도 흘리게 하는 등 여러 이야기가 잘 조화돼 있다. 또 결국엔 착한 사람이 잘사는 세상을 희망하기 때문에 드라마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인목은 제빵 명장이다. 극 중 팔봉선생과 구일중에 이어 척 보면 빵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는 인물. 실제의 박상면은 어떨까.

   "빵 먹는 것은 엄청나게 좋아하죠. 살찔까 봐 많이 못 먹어서 그렇지. 촬영 준비하면서 빵 만드는 수업을 들어봤고 바게트, 팥빵 등 많이 만들어봤는데 역시 바로 만든 빵이 제일 맛있더라고요. 단팥빵 먹다가 입천장이 데기도 했어요. 그런데 평소 집에서 만들라고 하면 못하겠어요.(웃음)"
인목은 앞으로 김탁구를 도와 거성식품의 청산공장에서 신제품 개발을 위해 뛰게 된다.

   그는 "공장에서 김탁구를 도와 신제품 개발을 성공시키면서 다시 한 번 '대장'의 풍모를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면은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자가 내게 소탈하면서도 진솔한 모습을 원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죽을 때까지 보여줘도 부족하겠지만 좋은 연기를 위해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