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경인일보=]높은 정부부채, 인구 고령화, 금융부문의 부실 등으로 일본 경제가 구조적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국민총생산(GDP)대비 일본의 정부부채 비율은 200%로, 금년도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주범인 그리스의 112%보다 2배 수준 높은 상황이다. 그리스에 비해 훨씬 높은 부채 비율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그리스의 국채는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반면,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일본의 금융기관, 연기금, 일반 국민들이 사들였고, 안전한 저축으로 간주하고 있기에 채권을 처분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부채는 지금부터 더 큰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1995년 GDP대비 일본의 정부부채는 87%였으나, 15년만에 2배 수준인 200%로 높아져,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부채 비율이 높고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년에 국가부도 사태를 선언한 그리스의 경우 15년전 101%였으나 금년들어 10% 정도 더 증가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초래하게 된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사태가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2010년 일본의 재정 지출과 정부수입 구조를 살펴보면, 유바리시같은 일본 지자체의 파산 사태가 국가 수준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92조엔의 재정지출중 기발행한 국채 이자와 원금을 갚는데 21조엔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기존 국채 이자로 현재 예산의 22%가 지출되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부도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국채를 더 늘려 나가야 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로 인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고, 일본의 국가 부도위험(CDS)도 커지고 있다. 민간투자 위축, 수출 부진, 사상 최고 수준의 엔고 등으로 일본 경제가 단기간내 살아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정치적인 고려로 예산의 30%에 달하는 사회복지 지출을 줄이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 수입이 일본정부 예산의 절반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모자라는 재원을 국채발행 증가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금년에만 47조엔의 국채를 발행하여 재정 지출에 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일본의 조세수입 증가율은 연간 15%로 정부지출을 충당하고 남을 정도로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침체기인 1990년대에는 오히려 연간 2% 조세 수입이 줄어들었고 2000년 이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50년이상 장기 집권을 했던 자민당 정부는 지난 20년 사이 사회보장지출을 꾸준히 늘려왔고, 늘어난 사회보장지출이 오늘날 정부부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앞으로 인구의 고령화가 더 심화되면 일하는 인구의 세금 부담이 더 늘어나고, 이것이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므로 실제 조세수입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개혁과 변화를 기치로 2009년 50여년만에 집권한 민주당은 경제를 살릴 것을 공약했으나, 집권 1년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어린이 양육비 지급, 고속도로 통행세 면제 등 내수 진작을 추진했지만, 예산 확보 실패로 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4일 당대표 당선으로 간 나오토 현 총리가 2년간 집권하게 되었으나, 그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재정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외 여건의 악화로 대기업의 영업 실적이 부진해지면 재정 수지는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다. 또한 LH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일부 준정부기관의 빚이 한계 수준에 도달할 수 있고, 이들 채권을 정부가 떠안게 됨에 따라 재정수지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보면, 경제정책 수립에서 정부 수지의 안정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지출 확대 및 무리한 사업 추진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