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상대평가 방식의 고교 내신제도가 오는 2014년부터 원점수, 평균점수, 표준편차, 과목별 이수 학생 수만 공개되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된다.

   지난 2006년 학교들의 `내신 부풀리기'에 대한 대안으로 마련된 내신 상대평가제가 8년 만에 사실상 전면 폐지되는 것으로, 학교 교육에 상당한 변화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과정선진화연구에 참여해온 대학교수들과 교원단체 등에 따르면 교과부는 17일 토론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최종 연구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에 발표될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신제도 변화다.

   연합뉴스가 연구에 참여한 교수들을 만나 입수한 새 내신제도 개편안은 우선 2012~2013년 일부 전문교과 등에 대해 내신 9등급제를 먼저 폐지한 뒤 2014년부터 전 교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과부는 개편안에 맞춰 2학기 전국 74개 고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해 소인수 과목(수강 학생 13명 이하)에 제한적으로 내신 9등급제를 폐지해 운영토록 했다.

   이어 모든 과목을 선택형으로 전환하는 2009개정교육과정이 전면 시행되고 과목별 성취도 기준이 완성되는 2014년부터는 절대평가가 일선 고교에서 전면 실시된다.

   연구 관계자는 "입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과목의 9등급제를 즉시 폐지하거나 절대평가를 내년부터 시행하면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단계적 접근을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새로운 내신제도에서는 내신평가 방식이 절대평가로 바뀔 뿐 아니라 교과성적이 원점수, 평균점수, 표준편차, 과목별 수강생 수 등 네 가지로만 표기된다. 수우미양가 등급으로 나타내던 기존 절대평가 방식과는 다르다.

   연구 관계자는 과거 문제가 됐던 내신 부풀리기가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2007년부터 학교정보공시제도가 시행돼 이미 각 학교의 평균점수가 공개돼 있다.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특히 각 대학이 학생들의 원점수를 보정할 수 있도록 공통적인 내신성적 산출식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교 방식의 `학점제'도 2009개정교육과정, 새 내신제도 시행과 맞물려 2014년부터 본격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이 2006년부터 운영돼 온 내신 상대평가 방식의 9등급제를 폐지키로 한 것은 상대평가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교 단계에서 상대평가 방식을 택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상대평가 방식은 강남지역 1등급과 강북 1등급 학생에게 같은 성적(등급)을 주자는 차원에서, 정치적 고려에 따라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교육과정이 자율화되기 시작한 2007개정교육과정과도 모순되는 면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