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초·중·고등학교에 자녀교육을 맡기고 있는 학부모 세대 이전에는 체벌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가 크게 반발하거나 문제 삼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에 비해 학생체벌의 사례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음에도 사소한 경우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문제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한 것이다. 학생체벌은 행하는 교사나 당하는 학생이나 서로에게 큰 부담이 된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교육적으로 학생체벌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학생은 이에 대해 반감을 갖거나 그 상처가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관련법령에서는 학생지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원칙적으로 훈육·훈계 등의 방법을 행하고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체벌의 방법도 적정한 범위 내에서 행해야 하며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될 수 있고 과도한 체벌은 폭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상 학생에게 물리적으로 과도한 고통이나 상해를 유발하거나 정신적으로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느끼게 할 경우 오히려 체벌의 교육적 효과는 반감되고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민주사회로 발전함에 따라 인권의식이 향상되고, 부모가 하나 또는 둘밖에 없는 자녀를 무제한적으로 사랑하고 보호하는 세태 속에서 교단의 상황은 과거에 비해 너무나 달라졌다. 군사부일체라는 용어가 생소할 정도로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존경심은 엷어졌고, 말썽을 부리는 학생에게 훈육과 훈계를 통한 적정한 제어나 지도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모의 세대에서 교사는 대부분의 학부모보다 고학력자였고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학력사회에다 정보화사회인 덕분에 교육에 관한한 모두가 전문가처럼 되어있는 분위기다. 그만큼 교사가 학생들에게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를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학생체벌금지는 세계적인 추세라고도 한다. 사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체벌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 학생에 대해 체벌 대신 취하는 조치가 매우 엄격하다. 교칙을 위반하거나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줄 경우, 학부모를 소환하고, 정학처리, 낙제처리, 일정시간 격리 등의 조치를 하며, 심한 경우 경찰이 개입하거나 학부모가 고발당하기도 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도 문제를 야기하는 학생에 대해 체벌 예방을 위한 단계별 대응조치에 따라 성찰교실 격리, 생활평점제 운영, 학생자치법정 운영, 봉사명령, 학부모 면담 등 체벌 대체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체벌 대체프로그램을 실시할 충분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제도적 안정이 우선되는 교육의 장을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있다. 선(線)이 분명하고 법과 규칙의 적용이 엄격한 선진국과 인정을 중요시하는 우리와는 문화와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체벌금지에 따른 교실붕괴를 염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적인 체벌과 일부교사의 폭력행위는 구분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의 비교육적인 과도한 체벌이나 폭력행위가 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징계 또는 처벌이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학생체벌금지에 관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기본계획이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될까 두렵다. 인천지역도 학생체벌문제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때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사회적 합의이다. 교육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지혜롭게 대처하여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교육이 한층 더 성숙되고 선진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