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동원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
[경인일보=]K형, 한동안 격조했습니다. 꽃게와 같은 수산자원의 산업화는 인천지역 혁신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저의 주장에 공감해주셨던 순간이 아직 생생합니다. 그 꽃게 산업화의 초석인 스토리텔링 분야에서 얻은 작은 성과를 전해드리고자 펜을 듭니다. 저는 얼마전 정약전(丁若銓)이 180여년전 흑산도 유배시절 기록한 '자산어보(玆山魚譜)'라는 어류기록서에서 전율을 느낄만한 꽃게스토리 재료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자산어보는 "꽃게는 호랑이를 상대할 힘을 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꽃게음식을 드시면서 이런 '힘'과 '용맹'을 생각했던 적이 있으신지요?

우리 국민에게 '꽃게식품'에 대한 정돈된 이미지는 아직 없습니다. '맛은 좋지만 먹기는 약간 불편하다' 정도의 이미지 아닐까요. 언젠가 제가 K형에게 '낙지를 먹으면 쓰러진 소가 일어선다'는 스토리가 너무 부럽다고 했던 순간을 기억하시지요? 낙지는 그 스토리 하나로 일약 건강 수산물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꽃게에게 이런 유형의 스토리 하나 만들어주고 싶다는 것이 당시 저의 다짐이었지요. 꽃게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꽃게에 대한 '당당한'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지식경제시대에서 한 산업은 스토리를 먹고산다고 표현할 정도로 스토리텔링의 가치는 큽니다. 여기서 스토리란 사실 별 것이 아닙니다. 꽃게를 먹으면서 그것 이상의 문화를 상상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스토리입니다.

K형, 저는 '자산어보'에서 막 캐낸 "꽃게는 호랑이를 상대할 힘을 준다"라는 스토리에서 큰 비전을 봅니다. '자산어보'는 꽃게를 힘과 용맹의 상징으로 묘사하면서 집게발의 강인함을 '집화(執火)'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에게 꽃게를 먹은 장정들이 능히 호랑이와 싸우곤 했으며 호랑이가 당해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K형, 저는 이 스토리가 '자산어보'에서 나왔다는 것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자산어보'는 국내 227종의 어류의 모양과 특성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고전(古典) 중 명문으로 꼽히는 글입니다. 이런 인정받는 고전에서 캐어낸 스토리는 길거리에서 듣는 신화적 스토리보다는 믿음직스럽게 대중에게 전달될 것이며, 따라서 확산속도도 빠를 것으로 봅니다. 실제로 '낙지를 먹으면 쓰러진 소가 일어선다'는 스토리도 다름 아닌 '자산어보'의 한 구절입니다. 고전은 그대로 두면 그저 옛글이지만, 그곳에 묻혀있던 의미를 창조적으로 해석하면 믿음직한 보물이 됩니다. 실제로 저는 지금 보물을 캐어낸 기분입니다. '자산어보'에서 꽃게스토리를 캐어낸 후 알게 되었는데, '길 떠나는 나그네는 꽃게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이 있더군요. 꽃게가 그만큼 정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겠지요.

K형! 지금부터 저와 함께 꽃게스토리를 전달하며 다니십시다. 한 사람씩 전하다보면, 어느새 그 꽃게스토리가 들불처럼 번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그때에는 사람들이 단순히 꽃게를 먹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호랑이를 상대하는 힘과 용맹을 섭취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또 이 스토리가 뒷받침되면 훗날 조성될 '꽃게음식거리'도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세계적인 먹거리 명소가 되지 않을까요. 이 과정은 K형과 제가 꿈꾸는 것, 즉, 지역 수산물이 인천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하게 되는 바로 그 과정이겠지요. K형의 큰 가르침을 다시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