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약 26% 수준이고 식량을 포함하는 농산물자급률은 약 23%수준이다. 우리의 농산물생산이 품목에 따라서는 남아도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모자라서 70%이상의 농산물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 국민의 농산물수요에 30%도 공급하지 못하는 땅덩어리를 가지고 우리 국민의 몇 십배 인구가 모여 사는 이곳(동아시아)에서 농업정책이 어렵다니…. 생각을 바꾸어보자. 이제 국제무역기구(WTO)가 주도하고 있는 농산물시장개방은 주어진 여건이며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우리에게 좋은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의 수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만 고민하지 말고 우리의 농산물을 어떻게 수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우리 농업이 수출을 위해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생산기술 뿐만 아니라 생산이후의 가공, 저장, 유통 등 농산업화 기술도 발전되어야 한다. 농산물은 원료농산물 자체로는 경쟁력이 없어도 이를 가공하거나 저장 유통시키는 기술에 의해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수출정책' 하면 사람들은 먼저 '경쟁력'을 생각하고 '경쟁력' 하면 대부분이 가격경쟁력을 먼저 손꼽는다. 그러나 농산물이나 식품의 소비는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품질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우리는 높은 기술력을 활용한 품질 고급화와 새로운 수요인 기능성 농산물, 식품으로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러나 품질경쟁력은 아무리 우수한 것이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소비자에게 알려지고, 그것도 좋은 식품, 농산물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우수브랜드로 만들어져야 한다.
농산물과 그 가공식품의 수출전략에서 가격경쟁력이나 품질경쟁력 그리고 유통경쟁력을 강력하게 뒷받침 받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생산보다는 조직적인 생산과 가공, 저장, 유통(마케팅)이 필요하다. 품목별로 생산조직이나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그 조직이 협동으로 가공과 저장, 유통사업을 한다면 조직경쟁력까지 갖추는 것이다. 농산물이나 농수산 식품들은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단위의 산업화 즉 단지화를 통한 농산업클러스터 구축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큰 시장으로 보고 있는 중국이 우리의 시장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의 대부분이 중국에서도 생산되고 그것도 값싸게 공급되어 우리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소비수준도 높아지면서 고급수요층들은 믿을 수 있는 고급식품을 수입해서 먹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들은 대부분의 농수산물과 식품을 일본의 알려진 값비싼 브랜드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의 품질은 기후와 풍토에 영향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기술인데 우리나라는 대륙성기후로 일본의 해양성기후보다 밤낮의 일교차가 크고 햇빛도 좋아 일본보다는 훨씬 좋은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건이다. 기무치를 만들어도 한국에서 길러진 배추로 만든 것이 더 인기있는 일본, 그래서 한국산 농산물에 까다롭게 수입장벽을 만들어 방어하고는 있지만 우리농산물들과 식품의 수출은 계속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농산물과 식품에 신용도를 높인 고품질의 브랜드로 중국의 고급수요층과 일본의 까다로운 시장을 어떻게 뚫어갈 것인지? 우리농업을 효자산업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진할 좋은 기회(FTA)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