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 누빌수 있게 응원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한국 여자 축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팬들의 관심과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 시급하다(사진은 안양 부흥중 여자 축구 부선수들의 훈련 모습). /전두현기자 dhjeon@kyeongin.com

[경인일보=신창윤·김종화기자]한국 여자 축구가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첫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국내 여자 축구계에도 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태극소녀들은 선수 저변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승전고를 울리는 등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결코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국내 여자 축구는 아직도 팬들의 외면속에 그들만의 축구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팀이 해체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 국내 여자 축구의 현실

8월 말 기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는 실업팀 7개팀을 비롯해 초등학교 18개팀, 중학교 17개팀, 고등학교 16개팀, 대학교 6개팀, 유소년 클럽 1개팀 등 총 65개팀에 1천450명의 선수가 활동하고 있다. 100만명이 넘는 독일이나 3만6천여명의 등록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는 비교도 안 된다.

더구나 여자 축구의 풀뿌리인 초등학교 여자 축구팀은 지난해보다 4개팀이 줄었고, 대학팀도 내년 선수 선발을 포기한 팀이 나올 정도로 국내 상황은 열악해져만 가고 있다.

특히 지난 27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0 WK-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현대제철과 수원FMC의 경기에서는 팬들의 외면속에 텅 빈 관중석만 눈에 띄었다.

■ 여자 황금세대의 희망

태극소녀들의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은 U-20 월드컵 3위 쾌거에 이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기본기와 실력을 다진 여자 축구 '황금세대'의 본격적인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땅에 축구가 처음 도입된 것은 120여년 전이지만 여자 축구의 시작은 20년 전에 불과하다. 1990년 창단된 대학팀 선수를 주축으로 최초의 여자 축구대표팀이 꾸려졌고 그해 9월 동대문운동장에서 일본과 처음 국제경기를 치렀다. 초창기 선수들은 대부분 하키, 육상, 핸드볼 등에서 활약하다 새로운 종목인 축구로 전향하다 보니 기본기가 부족했다.

하지만 한국 여자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을 전후로 한 단계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2001년 이지은(예성여고 감독)이라는 스트라이커를 앞세워 브라질, 일본을 초청해 치른 토토컵에서 우승한 뒤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때 본선에 첫 출전하며 큰 발전을 이뤘다.

이때부터 초등학교에 여자 축구부가 창단되기 시작했고 대한축구협회도 2002년 월드컵 잉여금을 투자해 2003년부터 연령별 대표를 선발하고 여자축구 전임강사를 투입하면서 본격적인 조련을 시작했다. 이 같은 지원 속에서 유소년 시절부터 기본기를 착실하게 다져온 선수들이 바로 지소연(19·한양여대), 이현영(19), 김나래(20·이상 여주대)와 여민지(17·함안대산고), 김아름(17·포항여전자고), 이금민(16·현대정과고) 등이다.

■ 팬들의 관심과 선수 육성 시급

한국 여자 축구가 앞으로도 정상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선 클럽축구 활성화로 학원축구를 대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요즘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여자 축구에 입문시킬 때 가장 걱정하는 게 학업과 안전 문제다. 또 어린 여자 선수들이 체벌과 성추행 등의 걱정에서 벗어나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시급하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 차원에서 이번 여자 선수들의 성과를 시발점으로 여자 축구 선진국의 선수 지도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독일과 스페인 등 유럽의 여자축구 전문 지도자를 초빙해 국내 지도자들의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학원팀의 창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클럽팀의 활성화가 절실하다"면서 "전국에 150여개에 달하는 어머니 축구단과 연계한 유소년 클럽팀의 활성화와 초등학교 팀이 출전하는 저학년 대회에 여자 선수를 의무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