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휘 (아주대 교수)
[경인일보=]지난 9월 7일 중국 어선 '민진위 5179호'가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 2척과 고의로 충돌하였다는 혐의로 중국인 선원 15명이 일본 검찰에 구속된 것으로 시작된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尖閣)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사이의 영토분쟁은 결국 중국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중국 선원들의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공언과 달리, 일본정부는 중국인 선원 14명을 13일, 선장 잔치슝(詹其雄)을 25일 아무런 조건 없이 석방하였다. 일본정부는 중국의 압력에 대한 굴복으로 보이지 않도록 '처분보류'(기소유예)형태로 이들을 석방하였지만, 일본 언론조차 굴욕외교, 백기투항, 약체외교 등의 거친 표현을 자제하지 않았다.

이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중국은 먼저 외교적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였다. 중국 외교부는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를 1주일 동안 다섯 번이나 소환하여 항의하였다. 계속되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일본 검찰이 선장에 대한 구속 기한을 29일로 연장하자, 중국정부는 19일 장관 및 성장급 교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런 이례적인 조치들에도 일본정부가 반응을 하지 않자, 21일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까지 나서 선장을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하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였으며, 일본 청소년 1천 명을 상하이 세계박람회에 초청하려는 계획도 취소하였다.

일본정부의 완강한 태도는 중국의 경제제재 위협 조치가 추가되면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중국정부는 중·일 석탄종합회의 연기, 항공노선 증편 협상 중단 등으로 선공을 가하였다. 그리고 중국 국가여유국(國家旅游局)은 안전문제를 이유로 자국 여행사들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요청하여, 10월 1일 국경절 연휴를 기대하고 있는 일본 여행업계를 크게 긴장시켰다. 한편, 항저우(杭州)시는 도요타자동차 임원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였고, 허베이성(河北省)에서는 일본 건설회사 후지타(フジタ)의 일본인 사원 4명이 군사시설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비록 중국 상무부가 부인하긴 하였지만,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의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Metal) 수출 금지 보도는 일본 산업계에 공포 분위기를 확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보도는 일본의 수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자동차산업에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희토류는 화학적으로 안정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는 성격을 띠고 있어 전기자동차 배터리, 액정표시화면(LCD), 풍력발전 모터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9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금수조치는 이 산업들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초부터 가속화되어온 중국의 일본 국채 대량 매입도 일본을 중국의 압력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엔화 가치의 가파른 상승을 막기 위해 국제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일본정부는 중국정부의 일본 국채 매입으로 이 조치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계속 높아지게 되면 수출 부진을 야기해 일본 경제가 더 심각한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은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할 것이다.

이번 영토분쟁에서 중국은 경제적 수단이 외교적 방법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앞으로 다양한 국제적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십분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아주 높은 우리나라에, 이번 사례는 귀중한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