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순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경인일보=]올해 초 국내 거주 외국인이 120만명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 시대에 진입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다. 지하철 혹은 노선 버스를 타보면 한두 분의 외국인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일일 드라마나 티브이 쇼 프로그램에서도 심심찮게 외국인들이 등장한다. 그 뿐인가. 일명 '미수다(미녀들의 수다)'의 경우처럼 국내 거주 외국인 여성들이 경험하는 한국 생활을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제는 정말 다문화란 용어가 생경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런데 역사를 되짚어 보면 외국인의 도래가 요즘의 일만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외래 민족들을 포용하여 다문화사회를 이루어 살고 있었다. 고려 초 약 100년 동안 출세를 위해 찾아온 중국인들과 유민, 포로 신분으로 온 발해인과 여진인, 거란인을 포함해 귀화인은 약 17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고려 가요 '쌍화점'은 고려시대 이슬람 상인(회회아비)과 고려 여인간 스캔들을 표현한 작품이다. 민간에서 널리 부르던 노래에 이슬람이 등장할 만큼 고려시대 이슬람은 낯설기만 한 이방인이 아니었다. 고려시대 무역항인 예성강 하구 벽란도는 이슬람 지역을 비롯해 각국에서 몰려온 상인들로 북적이는 국제 무역도시였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들이 모여들었고 이들 중 많은 수가 한국 사회에 동화되어 편입될 수밖에 없었다.

정수일 교수에 따르면 족보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275개(1985년 통계) 성씨가 있는데, 그중 귀화성이 무려 136개를 헤아린다고 한다. 시대별로 보면, 신라 때 40여개, 고려와 조선시대에 각각 60여개와 30여개인데, 그 가운데 절대다수인 약 130개가 중국계 귀화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화산 이씨의 경우는 귀화 성씨로 베트남인 이용상(李龍祥)이 시조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문화 사회를 이루고 살아왔으며,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다문화로 구성해오고 있다. 다시 말해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다문화'는 결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그들과 함께 이웃처럼 살아 왔고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좀 더 그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우선 준비해야 한다.

먼저 학교교육의 영역에서 다문화교육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 대한 배려적인 교육을 넘어서 그들과 함께하는 일반 학생들에 대한 다문화이해 교육이 수행되어야 한다. 즉 일반 학생들이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교육의 영역에서는 다문화교육을 평생교육에 편입시키는 방안이다. 다문화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다문화 시민이 가져야 할 가치를 교육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협동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 지자체 단위에 설치되어 있는 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주민자치센터 단위까지 확장해야 한다. 이울러 이 센터가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학습 프로그램과 봉사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위의 제안 이외에도 다양한 다문화교육 활성화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정책들을 견인해갈 수 있는 재정과 인력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는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문화교육을 위해 복권기금처럼 일시적인 예산이 아니라 정규 예산을 반드시 편성해야 한다. 나아가 모든 공무원들에게 다문화교육을 소양교육으로 이수토록 권장해야 하며 이를 인사에 반영하여 그들이 다문화사회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 또한 다문화교육의 일선을 담당할 다문화교육사 양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다문화교육에 관한 많은 과제들이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다. 그것은 그만큼 다문화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느냐 아니냐 여부에 따라 미래의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느냐 아니냐가 달려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