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진 영 (인하대 정외과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최근 중국의 위상이 말 그대로 욱일승천(旭日昇天) 기세다. 일본을 제치고 제2위 경제대국이 되더니, 무역 거래나 위안화 절상 등 통상·통화문제에서 예전과는 다른 각을 미국에 세우고 있다. 댜오위다오(센가쿠) 영토분쟁에서 중국은 일본에 외교적 완승을 거두었다. '댜오위다오는 국가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한 날, 스텔스 기능을 갖춘 잠수함 보도가 나오더니, 달탐사 위성의 성공적 발사 보도도 연이어 나왔다. 경제·안보·외교 모든 면에서 중국은 강한 톤으로 세계를 향해 굴기(起:일어섬)를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강한 것 같다. 한국에게 중국은 최대무역국이자 최대투자국이고, 인적교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수교한 지 18년밖에 안되었지만 양국 교역액은 올해 2천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다. 경제관계의 진전에 따라 앞으로 중국의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절대적이다. 지난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올해 두 번째 방중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 의도가 후계체제에 대한 후견에 있건, 경제지원에 있건 그 대상은 중국이었다.

그러나 급증하는 경제관계만큼 한-중 관계는 좋은 것 같지 않다. 아니, 경제 이외 한-중 관계는 위험 수위에 이른 것 같다. 천안함사건 이후 한국 언론에선 '중국 때리기'가, 중국 언론에선 '혐한 감정'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토론사이트에서 '한국 응징론'과 '한국상품 불매론'이 논의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감정은 격해져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세계의 다른 곳에선 한류가 붐인데, 한류의 첫 출발점이기도 한 중국에서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중국이 급부상하다보니 중국인들의 애국주의가 과도하게 표출된 걸까?

대답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서로 너무 상대를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왜냐하면 양국민이 상호이해하는데 18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직 1세대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중 관계의 변화와 속도를 보건대, 양국의 상호이해 작업은 속도를 내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작업의 주체는 국가보다는 지자체가 좋은 것 같다. 중국의 한 지방 및 지역과의 교류를 여러 지자체가 나누어 추진하면, 기층부터 양국민의 상호이해가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지자체가 중국과 교류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인천은 톈진시와 경기도는 랴오닝성·허베이성·산둥성·광둥성 등과 광역지자체로서 교류를 하였고, 수원시는 산둥성 지난시와 인천 남구는 톈진시 탕커우구와 자매결연을 맺어 투자유치·청소년교류·홈스테이·관광 및 시찰 등의 교류를 하였다.

그러나 교류의 형태가 기층화·제도화·호혜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일회적이고, 형식적이며, 관광 위주가 많았다. 양국민이 기층부터 상호이해하려면 새로운 협력모델을 찾아내야 한다. 가령 각 지자체가 자매결연한 도시의 문화체험관을 만들면 어떨까? 중국에는 다양한 지역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는 중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에도 120개가 넘는 대학에 한국어과가 개설되어 있다. 서로가 자국어 어학교사를 파견하고, 지역내 학교와 협력하여 초-중급 어학코스 개설은 물론, 고급 어학학습을 위한 상호체류를 제도화하면 어떨까? 가령 인천에 톈진시 정보관을 만들어, 톈진시에 대해서는 한국의 어느 곳보다 잘 정비된 정보를 보유하고, 남구는 탕커우구에 한국어 교사를 파견하여 중국인들의 한국어 학습을 돕는 것이다. 또한 고급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알려는 탕커우구민을 초청하는 것이다. 물론 인천시민과 남구민도 중국의 해당지역에서 동일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중국은 지역도 넓고 사람도 많다. 각 지자체가 분담하여 기층부터 중국을 이해해 나간다면 중국인과 한국인의 우애는 증진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 경제적으로 밀접해가는 지금, 상호이해 작업이 더 필요한 쪽은 한국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