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전셋값의 안정은 심리적 요인이나 전세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정부의 전세주택 공급정책이 실패한데서 왔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집값과 전셋값 변동은 함께 오르고, 함께 내려야 경제법칙에 맞는 건데 그렇지 못하고 단기적으로는 엇박자를 보인 적이 오히려 많았다. 이러한 엇박자에 대해 경제이론이 소비자 심리까지 예측하여 가설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통상적인 이론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운 현상인 듯 보인다. 물론 소비자들의 심리는 단기적인 면에서 전셋값 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면에서 보면 결국 경제법칙에 따르게 된다. 싼 전셋집 공급이 많으면 전셋값은 하락한다. 또한 전셋값이 안정되어야 매각주택값 또한 안정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과연 그동안 우리의 전셋값 정책은 싼 전셋집을 지속적으로 충분하게 필요한 곳에 공급해 왔었는가. 대답은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주택 정책은 반세기 이상 소유주택의 공급증가에만 치우쳐 왔다. 그것이 곧 주택보급률 증진대책이다. 그래서 주택보급률에만 매달려 보급률만 높이면 주택값은 물론 전셋값이 안정될 것으로 믿고 정부는 소유주택 공급에만 힘을 쏟아왔다. 그리하여 보급률은 계속 증가해왔다.
그렇다면 우리의 셋값 안정대책은 어떠해야 했었을까. 특별한 방법이 있을 리 없는 것이다. 값싼 공공영구임대주택을 필요한 곳에 공공이 대량으로 보유하여 언제나 필요한 세입자에게 값싸게 공급해 줬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동안 부처이기주의에 천착하여 매각주택공급에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도 영구임대주택공급에는 소극적이었다. 최근 알토란 같은 서울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면서 임대주택건설물량이 꽤 많은 듯했어도 자세히 살피면 한시적인 임대주택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주택의 수명이 다 할 때까지 공공영구임대용으로 지어진 주택은 거의 없다.
이와 같이 영구임대주택에 대하여는 인색하면서도 왜 정부는 오랫동안 매각주택공급에만 힘을 쏟아온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으나 그 가운데 가장 국민들을 당혹하게 하는 요인은 아마도 부처이기주의가 아닌가 한다. 매각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부처에는 훨씬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마치 장삿속 행태를 보여 온 것이 그동안 우리 전세정책의 현주소였다. 더 나아가 과거정부는 재건축허가를 빌미로 인센티브가 없거나 취약한 조건으로 재건축주에게 영구임대주택을 짓도록 강제하는 제도까지 만든 적이 있다. 정부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을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려는 파렴치한 전셋값 대책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최근 들어 영구임대주택건설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뿐 만인가. 공영개발을 통한 공공공급주택물량도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후유증에 의한 피해가 누구에게 귀속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앞으로 정부는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진정 서민의 고통을 가슴으로 공감하여 실효성 있는 전셋값 대책구현에 매진해야 한다. 올바른 정책은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바른 정신으로 전셋값 대책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