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가 조직개편에 이어 지난 7일과 8일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국장급인 서기관 2명을 포함한 큰폭의 승진과 전보가 뒤를 이었다. 민선 5기 들어 단행된 첫 인사였기에 기대들이 컸었다. 새 시장의 철학과 정책적 지향점을 분명하게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기대는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우선 민선 4기와 5기의 차이점이 선뜻 느껴지지 않는다. 기존의 틀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4기 인사의 최대 문제점중 하나로 지적됐던 연공서열에 얽매이는 낡은 관행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만 확인됐다. 관행을 답습할 거였다면 조직개편이 끝난 뒤로도 한달여를 왜 뜸들였는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기나긴 뜸들임이 옥동자의 탄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52년생 국장 2명을 용퇴시키기 위해서였다면 그건 너무 허망하다.
지연과 학연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과 실적에 따라 승진도 시키고 보직을 배치하겠다는 시장의 약속은 지켜진 것 같지 않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창의적인 분위기로 일신시킬 것이라는 다짐도 그냥 다짐으로만 끝났다. 변화에 대한 의욕은 있었지만 현실의 두터운 벽을 뛰어넘을 용기가 부족했던 듯도 싶다.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면 서열중심의 인사가 필요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공서열과 발탁의 적절한 조화는 조직에 적당한 긴장을 유지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경영학에서 배우는 조직론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누구나 안다. 하물며 지금은 변화의 시기다. 5기에서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는 공직사회의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서열을 중시하더라도 최소한의 발탁이 필요한 이유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인사는 공직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밤을 새울 필요도 없고 골치아픈 민원을 몸으로 부딪쳐 처리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사업에 필요한 돈을 확보하기위해 중앙부처를 찾아 다니며 예산을 따오려고 고군분투할 필요도 없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적당히 견디면서 세월만 가면 얼마든지 승진할 수 있다는 그런 신호를 보냈다. 일하다가 접시 깨는 며느리가 돼 혼나고 점수 잃는 것보다는 일 안하고 접시 안 깨는 게 훨씬 낫다는 그런 신호 말이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士爲知己者死)고 했다. 공직자들의 자발적인 헌신과 창의적인 발상, 현실을 바꿀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강력한 추진력을 원한다면 인사권자의 눈이 정확해야 한다. 관행만을 답습해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바른 인사는 조직에 활력과 건강한 긴장감을 준다. 긴 항해를 시작한 배가 거친 파도와 험한 태풍에도 굴하지 않고 올바르게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제일 중요하다. 그걸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는 전적으로 선장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