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기 (광주하남교육지원청 교육장)
[경인일보=]근대 교육 철학자인 로크와 루소에 의해 형성돼 시민혁명의 사상적 이념이 된 천부인권사상은 우리나라 헌법 10조에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요즈음 논란이 되고 있는 '경기도 학생 인권조례'는 이렇듯 헌법으로 보호되는 인간의 천부적 권리인 인권을 교육의 장인 학교와 학생에까지 확대해 사회적으로 인권 존중의 풍토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들 대부분은 학창시절에 심한 체벌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회의 모든 제도와 가치, 사상과 규범을 물을 함빡 빨아들이는 창호지처럼 왕성하게 받아들이는 청소년기에 사소한 실수 혹은 무지로 인한 잘못으로 당하는 육체적 혹은 정신적인 폭력적 체벌은 그 자체만으로도 오랜기간 동안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줄 수 있다. 이러한 폭력적 체벌이 제한된 공간이 아닌 개방된 공간인 교실에서, 즉 친우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진다면 존중받고 보호돼야 하는 인격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훼손돼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한없는 부작용을 양산해 낼 것이다.

이렇듯 학생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폭력적 체벌은 대물림되고 확대돼 다음 세대로, 더 큰 사회로 아무렇지도 않게 확대 재생산되고 말 것이다. 그러기에 폭력과 야만이 사회 전반을 지배해서 암흑기라고 불리던 서양 중세시대에서도 퀸틸리아누스를 비롯한 많은 교육학자들은 체벌을 금지하고 학생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인권없이는 경제 성장 없다'는 어느 인권학자의 말처럼 인권은 소중한 개인적 권리를 넘어서 사회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체벌 금지 및 학생 인권 보호라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경기도 학생 인권조례'가 이렇게 문제화되고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폭력과 인권 침해에 무감각해져 있다는 방증은 아닌지 교육자로서 반성해 보게 된다.

이번 학생 인권조례는 강요된 규제가 아닌 권리와 자유의 측면에서 학생들의 자율적인 규제를 유도하고자하는 시도다. 체벌 금지, 야간 및 보충수업에 대한 선택권, 두발·복장에 대한 자유, 휴대전화 소지 허용, 학교 운영 및 교육정책 참여권 부여, 사상의 자유 등 그동안 학생들을 억압했던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 진정한 의미의 인권을 학생생활속에서 교육하자는 것이다.

물론 모든 제도가 다 그렇듯 시행 초기에는 학교 현장에서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계속적인 제도의 수정과 보완, 학생들의 자율적인 자기 통제가 이뤄지게 된다면, 인권 존중을 통한 교육 풍토가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나아가 건전한 사회를 이뤄내는 초석이 될 것이다.

'경기도 학생 인권조례'는 육체적 정신적 체벌이 없는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이루어지는 자율 학습과 보충학습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소질과 특질을 계발하고 밝고 아름다운 청소년을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적 시도의 중요한 첫 걸음이다. 그러기에 교육계와 지역사회, 학부모와 학생이 모두 애정어린 이해와 따뜻한 관심으로 지켜봐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