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갑 인하대 사학과 교수가 12일 오후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린 '2010 하반기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에서 '청제국의 유산과 중국의 21세기'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경인일보=정진오기자]이준갑 인하대 사학과 교수는 12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린 '2010 하반기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에서 중국 지식인들의 얘기를 전한다면서 "북한 정권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한국인이 걱정하는 것처럼 중국이 북한 땅을 점령하거나 하는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근현대사를 전공한 이 교수는 이날 '청제국의 유산과 중국의 21세기'란 주제의 강연에서 전쟁의 속성을 예로 들면서 앞으로 중국의 태도를 전망했다. 전쟁에는 두 가지 속성이 있는데,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한 공세적 전쟁과 내 것을 지키기 위한 수세적 전쟁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청제국의 탄생기(1616~43)가 공세적 전쟁을 하던 시기이고, 이때 우리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란 뼈아픈 전쟁을 겪었다. 또 청조가 베이징에 입성한 1644년 이후 서몽골과의 전쟁 등은 이미 차지한 것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의 중국은 청제국과 비교하자면 이미 자기 것을 지키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하더라도 남의 것을 빼앗는 식의 전쟁은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이 되더라도 침략전쟁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 교수는 자원문제나 외교적인 부분은 논외로 하자고 했다. 그 부분은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을 삼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우(杞憂)라고 봅니다. 북한을 지배권에 넣으려 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을 것입니다."

이 교수는 역사적으로 한반도가 통일됐을 때 중국과의 관계가 좋았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고려 때 송과의 관계가 좋았고, 조선과 명, 조선과 청의 관계도 당나라와 고구려·백제·신라로 나뉘었을 때보다 더 편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강연이 끝난 뒤 경인일보와 가진 별도 인터뷰에서 '중국은 역사의 나라'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중국 핵심 지도부가 중국 인민대학 교수들로부터 역사와 관련한 강의를 듣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 강의 내용을 묶어 '강건성세(康乾盛世), 역사보고'란 책도 냈다고 했다. 강건성세는 지금의 중국 영토를 확정지은 청나라의 전성기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은 외국과의 마찰보다는 외국과 공생하면서 크는 정책을 택할 것입니다. 그게 중국에 이롭기 때문입니다. 이게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현재 중국의 외교노선인 화평굴기(和平屈起·평화롭게 우뚝 섬)이기도 합니다."

이 교수는 하지만 "현재의 중국은 함석 안의 진흙과 같은 모습으로도 판단된다"면서 "함석이 한꺼번에 걷히면 진흙은 우르르 무너지게 돼 있듯, 그렇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은 조금씩 인권이나 소수민족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와 한국, 상생을 향하여'란 대주제 아래 진행되는 인천시민 인문학강좌는 인하대 한국학연구소와 인천시립박물관, 경인일보가 공동 주최한다. 다음 강좌는 오는 26일에 안종철 인하대 HK연구교수가 '미국 선교사와 한국 근·현대사'란 주제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