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일반인은 물론 유명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의 자살사건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연회 때 기운찬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며 행복전도사로 불리던 최윤희씨 부부의 동반자살을 보면서 사람들은 충격과 함께 가치관의 혼란마저 느낀다. 혹자는 '베르테르 효과'까지 퍼지지나 않을까 염려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편지 형식으로 지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는 여자 주인공 로테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실의와 고독감에 빠져 끝내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당시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이 작품은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지만 이 작품이 유명세를 타면서 해지면서 베르테르의 모습에 공감한 젊은 세대의 자살이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유럽 일부지역에서는 이 책의 발간이 중단되는 일까지 생겼다. '베르테르 효과'는 이처럼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 1996년 1월 '서른 즈음에' '이등병 편지' 등의 히트곡을 남긴 가수 김광석의 자살 이후 배우 이은주, 가수 유니, 배우 정다빈 안재환 최진실 최진영, 가수 박용하 등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그래서 이들 두고 '베르테르 효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유명인의 자살은 되도록 작게 보도하라. 주검과 현장, 자살 수단의 사진을 싣지 마라. 복잡한 자살의 동기를 단순화하거나, 고통에 대처하는 선택이나 해결책인 것처럼 표현하지 마라'. 보건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세계보건기구(WHO)는 몇 해 전 언론의 자살 보도에 관한 기준을 이같이 발표하기도 했다. 모방 자살,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건 보도 이후 평균적으로 자살사고가 늘어났다고 한다.
한나라당 이애주(비례대표·보건복지위) 의원이 2005년 이후 2009년까지 각 언론 1면에 실린 유명 연예인 자살 보도를 기준으로 '2009년 사망원인통계'를 분석한 결과, 최진실씨 자살 이후 2개월간 1천8건의 가장 많은 자살자 수 증가를 보였다. 다음으로 안재환씨가 694명, 유니씨가 513명, 이은주씨가 495명, 정다빈씨가 322.5명 순으로 추정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론의 보도 방식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햇동안 자살하는 사람은 1만~1만3천여명으로 OECD 국가중 단연 1위라고 한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도 많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3건 중 1건이 동반자살이라는 점이다.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만 따진다면 3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살아 있기에 일도 하고 가족도 사랑을 하고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보람과 희망을 품는 것이다. 유명인사들의 죽음이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된다. 베르테르는 허구 속에서 이미 죽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