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현정, 김남주, 황신혜, 김혜수, 신은경(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 연합뉴스

   올가을 '언니'들이 TV 드라마를 주무른다.

   황신혜(47), 김혜수(40), 고현정(39), 김남주(39), 신은경(37). 20대 부럽지 않은 여전한 미모와 섹시미에 관록으로 무장한 30대 후반-40대 '언니'들이 오롯이 주인공으로서 안방극장에서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친다.

   이들은 저마다 극에서 '엄마'나 '주부'에 머물지 않고 스펙트럼이 넓거나 강한 캐릭터를 맡아 연륜과 경륜을 뽐내게 된다.

   ◇워킹맘부터 팜므파탈, 대통령까지 = 맡은 역할도 다양하다.

   김남주는 '동이' 후속으로 18일 첫선을 보이는 MBC 월화극 '역전의 여왕'에서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떠났다가 5년 후 남편의 실직으로 전 직장에 계약직 사원으로 다시 들어가는 억척 워킹맘 황태희 역을 맡았다.

   '역전의 여왕'은 김남주가 지난해 8년 만에 선택해 히트한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속편이다. 김남주는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를 펼친다.

   고현정은 지난 6일 시작해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5%를 넘긴 SBS 수목극 '대물'에서 아나운서 출신 대통령 서혜림을 연기 중이고, 신은경은 지난 2일 출발한 MBC 주말극 '욕망의 불꽃'서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불꽃같은 여자 나영 역을 맡았다.
또 황신혜와 김혜수는 '장난스런 키스' 후속으로 오는 27일 시작하는 MBC '즐거운 나의 집'의 투톱 주인공으로 나선다.

   결혼 10년차 부부와 남편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로, 김혜수는 아름다운 외모와 탁월한 지적 능력, 따듯한 심성을 가진 진서 역을 맡았고 황신혜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것을 빼앗기기만 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윤희를 연기한다.

   ◇미모와 내공의 향연 = 지난해 MBC '선덕여왕'에서 '미실' 역으로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고현정은 '대물'에서 자신의 '천의 얼굴' 중 또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는 실수투성이인 까닭에 나이 먹도록 방송국 아나운서실에서 찬밥 취급을 받는 모습, 남편의 비극적 죽음 후 국가에 실망하고 이민을 결심하는 모습, 방송에서 사고를 친 후 청소부로서 사회봉사명령을 수행하는 모습에서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리얼한 연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대물'의 오종록 PD는 15일 "고현정 씨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현장에서 보면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괜히 고현정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욕망의 불꽃'에서 활처럼 가늘게 그린 눈썹에서부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를 담아내고 있는 신은경은 오로지 재벌가 며느리가 되기 위해 친언니마저 배신하는 비열한 나영을 위해 몸을 던졌다.

   그는 이 역할에 대해 "몸도 뜨겁고 마음도 뜨거운 불꽃 같은 여자다. 일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할 만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말로 역할에 대해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황신혜와 김혜수는 '즐거운 나의 집'에서 신성우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여성미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며 팽팽한 대결을 펼치게 되고, 김남주는 '역전의 여왕'에서 워킹맘의 애환을 '김남주표 코믹연기'에 녹인다.

   저마다 연기경력이 20-30년씩 되는 이들은 산전수전 겪으며 다진 내공을 역할에 투영하며 화면을 꽉 채우는 동시에 각고의 노력으로 여전히 유효한 미모를 과시하며 부러움을 받는다.

   김종학프로덕션의 박창식 대표는 이들에 대해 "모두 가슴으로 연기하는 사람들이고 후배들에게 모델이 되는 경력과 자세를 가진 배우들"이라며 "이들은 단순히 스타성에 기댄 게 아니라 진정성으로 승부하기에 생명력이 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연기력으로도 화면을 가득 채우지만 그에 앞서 그간의 경험이 이들을 제작자의 마인드로 무장시키고 있다"며 "받은 것 이상으로 쏟아낼 줄 아는 배우들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