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기초과학의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단계로 세계 일류의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원이 설립되며, 이 연구원이 관리를 맡을 대형 연구장비로 중이온 가속기가 건설된다. 그 다음 단계는 신설되는 과학기술 인프라를 활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와 산업을 창출한다.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서 3조5천억원의 국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1만6천개의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한국의 기술전략을 모방에서 창조로 전환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현정부 출범 이후 여야의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순항하던 이 사업의 추진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행정복합도시 추진과 이 사업이 연계된 이후이다.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정부청사 입주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 제안이 순탄하게 진행되었다면, 비즈니스벨트 사업도 순조로이 진행되었겠지만, 세종시 수정안이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도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세종시와 연계가 안되었다면, 작년에 입법되었을 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이 현재까지 국회에서 계류되어 처리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세계와의 경쟁에서 한국의 생존을 위한 필수 사업으로 세종시의 건설이나 수도 이전 문제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더욱이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지역간 균형 발전을 위해서 기획된 사업도 아니다. 이 사업의 핵심 내용은 이미 청사진이 마련된 상태이며, 현재는 어디에 입지를 선정하고, 어떤 속도로 추진할 것인가 등 절차적인 문제들이 조속히 결정되어야 할 단계이다.
최대 현안 문제로 대두된 입지 선정에서 수도권도 후보지역으로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래 대형 국책사업이나, 대형 과학기술인프라의 구축에서 수도권이 배제되었다. 그 결과 기업 부설연구소와 연구인력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런 민간의 과학기술 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는 부족한 현상이 초래되었다. 기업 연구활동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의 수도권 비중은 40% 수준이다. 수도권에는 기업은 많지만, 기업을 지원하는 대학, 공공연구기관 등은 부족한 실정이며, 역으로 비수도권에는 기업을 지원하는 대학, 공공연구기관 등이 많지만, 이런 인프라를 활용할 기업이 부족하다. 이번의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 선정에서 이런 문제점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언하면,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는 지방에 더 많은 과학기술 인프라를 구축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 아니라, 지방에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첫째, 국회에 계류된 과학비즈니스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입지 선정과 관련한 정치적인 논쟁에 휘말려서 사업이 계속 지연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 일단 특별법을 제정하여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둘째,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예산이 내년도 국가 예산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 선정은 세종시 건설이나 국토균형발전 문제와 연계하지 말고, 과학기술의 논리, 경제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지 선정을 정치인보다는 전문가가 중심이 되는 위원회에 위임해야 한다. 과학기술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국민의 한사람으로 이 사업이 초심대로 추진되어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는 성공적인 사업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