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의 '텅 빈 고속도로'질타에 대해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의 궁색한 변명이다. 장성~담양 고속도로 이용률이 19%인 터에 2007년에 개통한 익산~장수 고속도로의 지난해 이용차량대수가 8천714대로 당초 예측치의 17%에 불과하다. 2007년 이후 개통된 전국 8개 고속도로의 실제 교통량은 41.3%다. 도로건설에 총 8조510억원의 혈세를 쏟아 부은 점을 감안할 때 유구무언(有口無言) 언급은 당연해 보인다.
민자(民資)도로도 마찬가지다. 적자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한 4개 민자도로 중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제외한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천안~논산, 대구~부산 등 3개 고속도로의 누적손실 보전금만 2001년 이후 9천72억원에 달했다. 각 지자체 단위로 추진하는 경전철 및 터널공사도 비일비재하다. 현재 최소운영수입보전금을 지출하는 구간은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잇는 이화령터널을 비롯해서 총 18곳이다. 손실보전제는 2006년에 폐지되었지만 이는 민간제안사업에 국한한 것일 뿐 정부고시사업은 여전히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고 있어 국고낭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진작부터 여론의 표적이 되었던 전남 무안공항은 더욱 한심해 보인다. 인천·김해공항에 버금가는 서남부권 항공허브 구축을 목표로 공사비 3천56억원을 들여 2007년에 오픈했으나 투자비 회수는 언감생심이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해 차라리 무안(無顔)공항으로 불러야할 판이다. 강원도가 3천567억원을 들여 건설한 양양공항의 상주근무인원수는 150명에 육박하나 하루 평균 이용객수는 30여명으로 무안공항과 흡사하다. 양양·울진·무안·김제·예천공항 등 5곳의 '유령공항'을 건설하는 데만 총 8천597억원의 세금이 투입되었다. 적자행진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1곳은 전부 적자인 실정이다.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의 명지국제업무지구는 투자유치가 전무인 상황에서 세금 1천883억원을 들여 지난해에 을숙도대교를 개통했으나 통행량이 당초 예측치에 크게 못미쳐 부산시의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7년간 전국 6개 경제특구의 도로·교량 등 기반시설 건설에 총 2조원의 혈세가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될지 가늠되지 않는다.
각종 공공시설들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달 제주도가 140곳의 직영 공공시설의 운영비를 분석한 결과 수익이 발생한 곳은 관광시설과 기반시설 단 2곳에 불과하고 체육시설·수련시설·문화예술시설·사회복지시설 등 나머지는 모두 적자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덕분에 제주도는 작년에만 300억원이 넘는 적자분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었다. 여타 지자체들의 실상은 확인키 어려우나 실정은 제주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들의 재정적자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죽했으면 성남시가 지불유예 운운했겠는가.
앞으로가 더 문제다. 건설교통부가 계획중인 신도시 건설 연계 고속도로만 전국적으로 20곳으로 총연장 329.9㎞에 예산은 19조3천554억원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13조원짜리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들이 불거지고 있다. 지역균형발전논리를 앞세운 행정복합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프로젝트는 점입가경이다.
혈세낭비 지적에 대해 관련부처들은 이구동성으로 수요예측의 오류를 들고 있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선출직들의 경쟁적인 한건주의와 관료 및 건설업체들의 부추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데 있다. 주범과 종범이 뒤바뀐 인상이다. 빠르게 양극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는 물론이고 각 지자체 및 공기업들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판인데 공공시설의 과잉적자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걱정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