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경인일보=]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2년 시점에 개최되는 서울 G20 정상회의가 최근 국제적 관심사로 대두한 환율 전쟁터로 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을 주장해 온 미국은 최근 수차례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수뇌부에게 환율 조정 압력을 넣었지만, 미국의 쌍둥이 적자문제를 위안화 환율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는 중국측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지난 8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도 미국과 유럽은 중국 환율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실익없이 회의를 폐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다음달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공식 의제로 환율문제를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고수하고 있고, 오늘(21일)부터 경주에서 개최되는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회의를 시작으로 22일과 23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통해 환율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가 환율문제 설명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서울 G20 정상회의 의제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환율 문제가 다른 의제를 압도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 및 중국 G2간 민감한 사안이 서울회의에서 너무 부각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서울 G20 정상회의가 "환율 문제에 대해 반드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글로벌 경제 이슈의 하나로 간주하고 국제적 합의 도출에 최대한 노력하는 선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을 설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간 인위적 환율 조정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특정 국가가 장기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되면, 흑자의 원인을 지나치게 낮은 환율탓으로 간주하고 국제적 압력을 통해 사실상 강제적으로 환율 조정을 해왔다. 과거 독일과 일본이, 최근에는 중국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 냉전체제하에서 독일과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 환율 조정 압력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세계경제 상황이 복잡해졌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환율에 관한 합의 도출이 용이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문제를 G20 회의에 비중있게 다룰 경우, 자칫 미중간 환율전쟁의 유탄에 G20의 국제공조 틀이 깨질 수 있고, 우리 원화의 환율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차라리 환율 문제보다는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을 이끌어가기 위한 협력 체제 구축, 글로벌 금융시스템 개혁, 국제 금융기구 개혁 및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조정 등 기존 의제를 보다 내실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 이슈중 어느 하나도 합의 도출이 쉬운 것이 없다. 미국, 유럽국가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IMF 지분 5%를 아시아 국가로 이전하는 문제는 그동안 상당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과연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2년후 개최되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한 우리 국민의 기대는 큰 편이다. 모 방송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세계경제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으나, G20의 정책공조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실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절대 다수 일반국민 및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금융위기가 상당부분 해소된 현 시점에서 지난해와 같은 국제적 공조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경제현안에 대해 그동안 논의해 온 사항을 점검하고,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 환율과 같은 너무 민감한 사안으로 회의 자체가 파행적으로 운영될 경우, G20 정상회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 국제행사 개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자긍심이 약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