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주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어떤 내용을 담은 결과물을 낼지 주목된다.

   특히 '환율 전쟁'이 세계 경제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만큼 이를 진정시킬 수 있는 접점을 찾을지는 물론 날 선 대립을 거듭 중인 국제통화기금(IMF)의 쿼터(지분) 개혁 작업이 얼마만큼 진척될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이나 개발 이슈도 관심사다.
  
   ◇환율이 G20을 시험대에 올려
   이번 회의는 다음 달 11~12일 서울 정상회의를 겨냥,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다.

   시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불안한 회복기에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그 이해의 핵심이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를 중심으로 한 환율 공방으로 나타나는 와중에 열린 게 특징이다.

   이달 초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환율 중재에 실패한 뒤 처음으로 주요 국가 최고당국자가 집결한 다자무대인 만큼 환율 공방의 연착륙 여부는 서울 정상회의의 성과와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흐름상으로는 경제위기 직후 G20 회의가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공조를 통해 강한 결속력을 과시한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는 자국의 이해관계 표출을 노골화하면서 그 '전선'이 환율에서 형성된 모양새다.

   이에 따라 내달 서울 정상회의까지 납득할 만한 환율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서울 정상회의의 빛이 바래고 종전의 '공조'가 깨지는 것은 물론 세계경제의 최상위 포럼으로서 G20의 위상에 금이 갈 수 있는 상황이다. 환율이 G20을 시험대에 올린 셈이다.
  
   ◇장관 코뮈니케에 '환율' 첫 언급 가능성
   21일부터 경주에 속속 도착한 장관과 총재들은 활발한 물밑 양자접촉을 벌이는 동시에 장외공방도 뜨거워지고 있다. 환율이 최대 쟁점이지만 여기에는 IMF 지분 5% 이상을 선진국에서 신흥.개도국으로 넘기는 쿼터 개혁도 맞물린 모습이다.

   의장국인 우리 정부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주요국 간의 메신저 역할과 함께 중재역을 자임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윤 장관은 21일 "낙관적"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지만 주요국 입장은 여전히 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의 성과물로 23일 오후 발표할 코뮈니케(공동 성명)에 환율 쟁점이 어떤 형태로 조율될지가 세계 주요 언론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G20 코뮈니케나 선언문에서 환율 문제가 공개적.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지난 6월 토론토 정상회의 선언문이 유일하다. 작년 9월 피츠버그 정상회의가 환율을 포괄한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 프레임워크(협력체체)' 논의를 공식 출범시켰지만 '수요 균형'을 강조했을 뿐 예민한 성격상 최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비춰 현재로서는 이번에 내놓을 환율 해법이 지난 6월 토론토 정상선언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당시 토론토 선언은 "선진 적자국은 개방시장을 유지하고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저축 촉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흑자국은 대외 수요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성장동력에 초점을 맞춘 개혁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신흥 흑자국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을 반영하기 위한 환율 유연성을 제고한다. 시장지향적인 환율은 세계경제 안정에 기여한다"고 적시했다. 경상수지 기준으로 적자-흑자국을 나눠 책무를 명시했지만 국가를 특정하지 않았고 '시장지향적 환율'도 원칙론이나 일반론으로 다룬 것이다.

   이번 장관회의도 이런 수준에서 '시장지향적 환율'을 적시하되, 토론토 선언을 이어받아 좀 더 업그레이드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게 회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컨대 시장지향적 환율 언급이 일반론을 넘어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환율이란 `뜨거운 단어'를 회의 결과물에 담는 최초의 회의가 될 전망이다.
  
   ◇IMF 쿼터 개혁 난제..코리아 이니셔티브 무르익어
   환율과 패키지 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IMF 쿼터 개혁은 외견상 뺏기는 자와 뺏는 자의 싸움이 되면서 이번 회의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다. 이미 선진국 지분 가운데 5% 이상을 신흥.개도국으로 이전한다는 대원칙에 합의했지만 세부적으로 어느 나라가 얼마만큼을 양보해 어느 국가에 얼마만큼 넘길지가 관심사다.

   기존 미국과 유럽 일변도였던 지분 구도가 세계 경제의 변화, 특히 신흥.개도국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해 지나치게 많이 대표된 국가의 지분을 실제 위상보다 적은 쿼터를 보유한 국가들에 넘기는 지배구조 개혁이 핵심이다. 중국, 인도 등 브릭스를 포함해 한국의 발언권 확대를 예상케 하는 반면 힘이 빠질 유럽은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세력 구도의 재편을 의미하는 IMF 쿼터 개혁은 이번 경주 회의에서 매듭짓기는 힘들고 내달 정상회의로 대타협 시기가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형국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이슈로 대표되는 '코리아 이니셔티브'(한국이 주도하는 의제)는 IMF가 지난 8월 말 탄력대출제도(FCL)의 업그레이드와 예방대출제도(PCL)의 신규 도입 등 대출제도를 개선함에 따라 이번에는 이를 환영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아울러 1단계 해당하는 IMF 대출제도 개선에 이어 2단계로 정부가 추진 중인 작업은 시스템적 위기를 겨냥한 겹겹의 안전장치 마련이다. 위기 전염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글로벌안정메커니즘(GSM) 구축이나, 지역 안전망과 IMF 대출의 연계 등이 거론되지만 환율에 밀려 추가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G20의 최대 과제였던 금융규제 강화는 지난 19~20일 서울에서 열린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회의와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의 합의 사항을 수정 없이 그대로 추인하면서 가장 명쾌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