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26% 밖에 안되는 우리나라가 지금 쌀의 공급과잉으로 쌀 수확기를 앞두고 재고미 처리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 쌀은 남아도는데도 쌀 수입은 계속 늘릴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지난번의 쌀 협상때 수입개방(관세화)을 피해가기 위해 개발도상국으로 인정받으면서 주어진 의무수입 규정에 의한 수입목표량 8%(협상 당시의 우리 국민 쌀 소비량의 8%)가 지난해 30만t을 넘어섰고 매년 2만400여t씩 늘어나고 있다. 그 영향이 공급과잉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의무수입량이 2014년까지 40만8천700여t으로 늘어나고 결국은 쌀시장을 개방하게 될 것이어서 이 문제를 미뤄둘 수만은 없다. 이대로 두면 수입쌀의 공급이 계속 늘어나면서 국내 쌀값의 하락과 시장의 혼란으로 우리 쌀의 생산기반이 무너지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쌀 생산을 줄이려는 정부의 유도정책과 농민들의 작목 전환으로 주곡인 쌀의 생산면적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상태이다. 학계와 정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우려하는 식량주권 옹호론자들과 쌀 생산감소를 주장하는 소위 개방론자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런데 2008년까지는 소비량보다 20만t씩 모자라던 쌀 생산이 2009년의 연례 없는 풍작과 늘어난 의무수입량으로 공급과잉과 가격 폭락을 가져 왔으며 그로인해 수입개방론자들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개방론 측에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쌀의 개방(관세화)을 통해 의무수입 되는 쌀의 증량을 막고 국내 쌀값은 떨어뜨려 경쟁력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없는 농가들은 쌀농사를 포기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의 쌀농사도 줄여가야 한다는 논리이다. 의무수입량의 증가를 막기 위한 조기관세화는 공감한다. 그러나 그 이후 우리 쌀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쌀농사는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에 잘 어울리며, 문화이고 과학이다. 쌀농사는 물을 이용하는 농사이기 때문에 연작피해가 없다. 물이 없어진 미량원소를 공급해 주고 병해충까지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쌀농사는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낸 과학적인 농법이며 생산성이 높아 좁은 국토에서 많은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최상의 작물인 것이다. 또한 우리의 기후는 여름철 비가 잦아 물관리만 잘하면 쉽게 쌀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 결과 물관리를 위해 협동하는 전통(계, 보, 두레 등)이 만들어졌고 집촌문화도 쌀농사를 통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인 쌀을 천덕꾸러기로 만들어가고 있는 농정을 보면서 그리고 그렇게 쌀농사를 줄여가도록 국제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우리의 쌀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는 거대한 국제곡물기업과 이를 지원하고 있는 선진 강국의 숨겨진 전략을 느끼면서 가슴이 아리다.
쌀을 살려야한다. 이제라도 우리의 쌀을 살리려면 논농사지원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쌀을 지원하는 정책은 모두 WTO의 규정을 비켜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논이 물을 가두어 둠으로써 지하수 생성량의 45%를 공급하고 있고 홍수조절능력도 가지며 논둑을 막아 토양 유실도 방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는 소위 물관리비용 또는 환경관리비용을 단위면적당 얼마씩만 지급하면 쌀값을 떨어뜨리면서 쌀소득은 보장되고 쌀값 하락으로 가공용쌀까지 국산쌀로 대체되는 소비확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쌀의 조기관세화(개방)도 가능하고 쌀농업의 유지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과 예상되는 문제점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주식인 쌀을 살려 나아갈 전략과 정책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