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종생 (농어촌공사 파주지사장)
[경인일보=]한국농어촌공사는 3천300여개소의 농업용 저수지를 관리하며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어릴적 저수지에서 미역을 감았듯이 산업화 전인 1970년대 이전의 저수지는 수질에 대해 문제 제기란 없었다. 당시 주곡 자급화를 부르짖던 정부는 농업용수 확보가 중요했던 만큼, 국토 곳곳에 저수지를 축조하는 등 농업용수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후 산업화에 따른 국민소득 및 공장 등의 증가로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전국 하천으로 뿜어져 나왔으며, 저수지 상류지역에 들어선 축산농가 역시 저수지를 오염시키기 시작했다.

산악지역이냐 평야지역이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저수지를 축조하려면 담수구역내에 살던 주민들을 이주시켜야 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주하더라도 농사를 지었지만, 일부는 농지를 확보하지 못해 저수지 상류지역에서 소, 돼지 등 가축을 키우며 살았다. 어쩔 수 없이 삶의 터전인 고향을 등진 이들은 새로운 곳에 정착하기 위해 축산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이유로 수몰 이주민들은 저수지를 통해 농업용수를 공급받는 하류지역 농업인들만 이득을 본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저수지 상류지역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는 수몰이주민들에게 수질악화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수농산물(GAP)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농산물이 생산지에 따라 가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욕구가 질좋은 농산물에 집중하다 보니 유기농산물 등 친환경농산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결과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농가마다 고민하고 있다. 퇴비 등을 활용해 지력을 높인다든지, 농약을 점진적으로 줄여 무농약 농산물을 생산한다든지 등 환경친화적 특성을 가진 브랜드로 특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철원의 오대쌀, 이천의 대왕님표쌀, 평택의 오닝쌀 등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듣고 있다. 특정지역의 농산물이 브랜드화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판매량과 판매액이 결정되는 만큼 농산물의 브랜드화는 농업인 경쟁력의 잣대가 되고 있다. 파주시의 경우도 장단콩, 파주개성인삼 등의 브랜드화를 통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쌀의 경우, 브랜드화 성공 여부는 농업용수의 수질이 좌우하고 있다. 오염된 저수지의 물을 공급받아 생산된 쌀은 당연히 브랜드화를 추진하여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생산량이 적으면 브랜드화를 추진할 수 없다. 규모의 경제에서 보듯, 적정한 크기의 생산량을 확보해야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이끌어내고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양질의 농업용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농업용수원인 저수지의 수질 개선을 위해 상류지역 주민과 하류지역 농업인, 지자체간 공동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청정한 저수지 수원 확보를 위해서는 먼저 지자체가 오염원 이전을 위한 비용을 확보하여야 하며, 지속적인 상류유역의 오염관리를 통해 하류지역의 우수농산물을 생산토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 반대로 하류지역에서 생산된 우수농산물의 판매이익금 일부를 상류지역 주민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상생의 움직임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다양한 수질개선 공법을 통해 저수지의 수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이를 통해 특정지역의 농산물을 브랜드화한다면 지역주민과 한국농어촌공사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