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안상수 시장이 개발위주의 경제정책에 치중했다면, 송 시장은 좀 더 서민에 파고드는 경제정책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직 임기 초반이지만 그렇게 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최근 쏟아내는 정책이나 말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너무 '곳간' 탓만 하고 있고,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축소 지향적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송 시장 취임 이후 인천시의 행정은 줄곧 '빚 타령'에 몰입돼 있다는 느낌이다. 7조원이니 8조원이니, 내년 가면 10조원이 넘는 빚이 된다느니, 인천시의 재정위기론은 시정의 방향이 돼 버렸다. 빚 타령만 하다가는 뭐 하나 시원하게 추진될 것이 없어 보인다.
'빚 타령'은 곧바로 현실로 이어진다. 전임시장 때 벌여 놓은 대형 사업은 보류되거나 재검토 대상이 되고, 이미 기공식까지 마친 건설사업도 전면 중단위기에 처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수년째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실속있는 사업조차도 내년예산이 잘려 나갈 판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경쟁도시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던 인천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쪽박 도시'로 전락한 느낌이다. 건설과 관련된 기업들은 물론이고, 인천의 발전가능성에 기대치가 컸던 기업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일부에선 서서히 짐을 싸려 한다는 걱정스러운 소식까지 들린다. 시민들 또한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오비이락인가. 인천시민들의 소비심리가 몇 개월 사이에 크게 위축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며칠 전 조사 발표한 10월중 인천지역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 심리가 올 들어 최악이다. 생활형편전망지수(99)와 향후 경기전망지수(99)는 올 들어 처음으로 기준치 100 아래로 떨어졌다. 또 가계수입전망지수(100)와 소비자지출전망지수(109), 취업기회전망지수(103)도 전월에 비해 하락해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작금의 경제상황을 두고 새 시장체제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진 정부의 경제정책 부재와 부동산 경기의 장기간 침체 등 복합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 또한 인천시의 부채가 과한 것도 사실이다. 전임 시장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낳은 산물이다(그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곤 있지만). 그렇다고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체험했다던 인천이 하루아침에 빚더미의 '쪽박 도시'로 비쳐지는 것이 옳은 일인가. 형편이 어렵다고 우는 사람에겐 돈도 안 꿔준다는 옛 말도 있다. '우린 빚이 많다'고 연일 떠들어 대서 뭘 얻자는 건가. 물론 내실있게 자치경영하는 것을 두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다만 성장동력이 꺾이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궁색'을 떨면서 어떻게 대한민국의 경제수도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경제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 그래서 소비심리를 조정하는 일도 정부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다. 너무 과할 땐 억제정책을 통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내수경기가 침체될 때는 은근히 소비를 조장해서 활력을 넣는다. 지역 경제도 마찬가지다. 일방적으로 내리깎고 성장동력을 위축시키기보다는 활기를 넣는 건 기본이다. 그런 측면에서 모든 대형사업을 재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결론없이 수개월째 질질 끌고, 부채규모를 들어 너무 축소 지향적 행정을 펴는 현 송 시장 체제가 일말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희망이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그래서 우린 늘 미래를 얘기하고 희망을 꿈꾼다. "인천의 미래는 밝다. 빚 좀 있지만 별거 아니다. 곧 서울을 따라잡을 것이다"라는 희망 섞인 말을 듣고 싶은 것도 여기에 있다. 지금이야말로 어렵다고 '죽는 소리'하기보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쏟아낼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