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호 (성악가)
[경인일보=]클래식의 대중화 방향이 고귀한 클래식의 본질을 상하게 한다. 스타 연주가들은 예술의 혼 보다는 시장 마케팅에 더 신경을 쓰고, 국내의 최고 연주자들은 단독 무대를 개최했을 때 텅빈 객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기획사와 예술공공단체들은 클래식 단독 연주를 꺼리고 대중예술과 프로그램을 같이하는 열린 음악회 성격의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대중 예술의 무대에 클래식이 양념으로 들어가는 현실이 된 것이다. 처음 출발은 대중들에게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한 번의 무대에 소개하는 장점으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음악회는 클래식의 고귀성과 전문성·기초예술성을 잃어버리게 하였다.

혼합된 프로그램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대다수 음악회가 이런 형태로 구성되면 클래식의 전문성이 고갈되고, 이에 클래식 시장은 큰 타격을 받아 대중에게 외면당한다. 왜 우리는 혼합된 프로그램과 전문성이 있는 순수 프로그램이 균형있게 발전하지 못하는가! 대중예술과 음악회를 함께 하려면 클래식 연주자들은 가장 쉬운 음악만 선택한다. 전문성이 있는 곡들은 지루하여 음악회 행사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며칠 전 연주 일정으로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했다. 동양에서는 일본이 클래식 문화를 가장 빨리 받아들여 발전한 나라이지만 클래식 인구가 빠른 속도로 감소되고 있음을 알고 너무 놀랐다. 음악계 인사는 일본 클래식 무대의 텅 빈 객석과 대중의 무관심은 혼합된 프로그램의 선호에서 오는 구분되지 않는 장르 때문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왜 우리는 아직도 일본의 잘못된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일본의 실패를 연구하여 한국 클래식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의 클래식이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 음악인으로서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음악가의 실력은 일본의 연주가들보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60여년 전에는 앞서간 일본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다른 음악역사의 페이지를 써야 할 준비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만의 클래식 문화를 찾아야 한다. 꺼져가는 일본 클래식 시장은 지금 한국을 의존하고 있다. 클래식의 한류가 시작된 것이다. 나아가 동양의 문화 리더국이 되어야 한다.

지금 과감히 고쳐야한다. 연주가들과 기획자들, 극장 관련자들이 지혜를 모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한다. 정부에서는 문화바우처라는 좋은 문화정책을 제시했다. 이런 소중한 기획이 행사적인 차원의 예산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행사는 문화가 될 수 없다. 문화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후세에게 물려줄 수 있는 문화를 준비할 때 진정한 문화바우처다. 정부가 바뀌고 집행자가 바뀌면 모든 계획이 바뀌는 지금에서 일본을 평할 수 없고, 우리 한국 문화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문화에 대한 중요성과 비전은 지금 우리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고 있다. 하지만 우리 문화를 지키는 방법과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아직 서툴다. 정부는 대중이 원하는 문화뿐 아니라 대중이 알아야 할 문화도 준비하고 발굴해야 한다.

우리의 문화는 우리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후손들이 지금의 우리를 평가하는 것이다. 내가 편하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문화만 선택한다면, 이 시대가 평가받을 때 부끄러움을 면치 못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힘들고, 어렵고 인정해주지 않는 문화를 개발하는 담대함이 필요하다. 한국적인 문화예술창작, 기초예술문화의 활성화가 방향이다. 아이들이 코카콜라를 원한다하여 매번 주지는 않는다. 탄산음료의 유해함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늘 먹는 밥 같은 우리 문화를 만들 때 선진문화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대중을 위해 문화프로그램을 판단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정부는 우리가 꼭해야 하는 문화운동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제시해야 할 것이다. 행사가 점이라면 문화는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