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평 텃밭 만들어 보세요

[경인일보=김민재기자]주말이면 밭을 찾는 도시민들이 있다. 가까운 주말농장으로 가는 사람, 교외로 나가는 사람 등 저마다 다양하다. 하지만 밭일을 하러 옥상이나 베란다로 가는 사람도 있다. 이른바 '한평 텃밭'인 텃밭상자를 가꾸는 사람들이다. 도시에서 농사짓기는 주말농장 등 텃밭을 분양받지 않아도 작은 베란다나 옥상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다. 스티로폼 박스나 화분, 고무대야에 작물을 심은 뒤 볕이 잘드는 곳에서 기르면 된다.

텃밭상자는 이동이 편리하고 실내의 공기를 정화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실제 밭과는 달리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 귀농을 꿈꾼다면 텃밭상자를 통해 충분히 경험을 쌓고 진짜 밭으로 나가도 늦지 않다. 특히, 학교는 옥상도 넓고 공터가 많기 때문에 텃밭상자를 가꾸기에 제격이다. 또 학생들에게는 살아있는 생태학습장 역할을 한다. 11월에 접어든 지금은 마늘, 양파 등의 재배가 가장 적당하다. 실내에서 재배한다면 상추, 치커리, 겨자 등 쌈채소도 가능하다. 봄과 여름에는 방울토마토와 고추, 가지, 대파, 쪽파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 땅과 사람을 살리는 도시농업

텃밭상자 가꾸기는 도시농업의 첫 걸음이기도 하다.

도시농업이란 도시민이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이용해 기른 식물과 동물을 활용하는 농업활동을 뜻한다. 이를 통해 도시민은 경제적, 사회문화적 유익을 얻고, 도시 생활환경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통해 농업인과 도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이같은 도시농업은 몇 해전부터 전국귀농운동본부 등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도시농업네트워크가 구축돼 인천에선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경기도는 지난 9월 발족식을 가졌다. 전국귀농운동본부 김재규 간사는 도시농업을 '생태농업, 즉 농업을 통해 자연과 인간, 공동체의 소통과 순환을 지속하는 관계'라고 정의했다. 그는 또 도시농업은 로컬푸드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김 간사는 "도시에서도 작물을 생산해 직업농부들에게도 돌려짓기, 휴경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땅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도시권 농부들이 생산하는 농작물이 지역민에게 직거래로 제공되면 그것이 로컬푸드로 이어진다"고 했다.

물론 화학비료로 땅과 생태계를 죽이면서까지 먹거리를 소비하는 것이 로컬푸드는 아닐 것이다. 땅도 살리고 작물도 살리고 사람도 살려야 한다.

'소비하는 도시'에서 '순환하는 도시'로 바꾸는 것이 바로 진정한 로컬푸드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도시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인분 등을 거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은 예다.

텃밭상자라고 무턱대고 시작하기 보단 충분한 교육 과정을 거친 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전국귀농운동본부(www.refarm.org)나 지역별 도시농업네트워크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제 각종 잡동사니로 가득한 베란다와 옥상을 정리하고 나만의 한평 텃밭을 일궈보자.

※ 이렇게 준비하세요

♣ 텃밭상자 만들기

텃밭용 상자는 화훼시장에서 화분이나 재배용기를 사서 쓸 수 있지만 스티로폼 상자나 고무대야, 과일상자와 같이 적당한 양의 흙을 담을 수 있으면 된다.

이중 스티로폼 상자는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성질이 있어 텃밭상자로 안성맞춤이다. 상자가 준비되면 물이 빠질 수 있는 구멍을 내야 한다. 구멍 지름은 손가락 두께 정도면 적당하다. 또 물이 빠질 때 흙이 같이 빠지지 않도록 부직포나 양파망, 스타킹 등을 알맞게 잘라 바닥에 깔아줘야 한다.

♣ 배양토와 거름준비하기

배양토를 만들 때는 살아있는 흙을 사용하면 좋다. 흙은 진흙보다는 모래가 비교적 더 섞여있는 사양토를 사용한다. 물빠짐도 좋게하고 뿌리에 공기가 잘 통하게 하려면 경량토를 섞어주면 된다.

배양토가 마련되면 거름을 준비해야 한다. 완전히 발효된 거름을 넣어줄 때는 배양토와 섞은 후 바로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어도 되지만 발효가 끝나지 않은 거름은 배양토와 섞은 후 10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 씨 뿌리기와 모종심기

잎 채소와 같은 작물은 대개 줄뿌리기를 하고, 콩과 같이 큰 씨앗은 살짝 흙을 파고 세 알씩 점 뿌리기 한다. 흙은 씨앗 크기의 2~3배로 덮어 준다. 잎채소 씨앗들은 워낙 작고 싹이 틀때 햇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흙을 살짝만 덮어줘도 된다. 모종이 담겨있는 비닐컵 크기만큼 구덩이를 판다. 물은 구덩이에 가득 붓는다. 모종을 포트에서 꺼낼 때는 조심해서 흙이 떨어지지 않게 포트에 담긴 흙을 그대로 옮겨심는다. 다 큰 작물의 포기 사이는 1배 정도, 줄 간격은 1.5배 정도가 적당하다.

♣ 물주기와 가꾸기

물은 조금씩 자주 주지 말고 한 번 줄때 듬뿍 준다. 낮에 물을 주면 물이 열을 빼앗아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아침이나 저녁에 주는 것이 좋다. 고추나 가지, 토마토, 오이같이 열매를 맺는 채소는 열매가 무겁기 때문에 쓰러지지 않게 지주를 세워준다. 상자 둘레를 동여매서 단단히 고정해 준다. 지주와 줄기는 끈을 이용해 8자 모양으로 묶어주면 된다.

배추같은 작물은 웃거름이 필요하다. 발효시킨 계란껍질과 오줌 등을 물에 희석시켜 주면 된다.

/사진제공: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