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단체의 정체성은 가용재원으로 추진하는 자체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통해서 확보된다. 일례로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도와 중앙정부가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여 추진하는 복지 사업보다는 도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무한돌봄' 같은 사업이 도의 정체성과 직결된 사업이라는 것이다. 가용재원의 규모가 계속 축소되어 도가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사업이 없어진다면, 지방자치제도도 실종된다.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경기도는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세수를 늘릴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재정위기는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불요불급 예산을 줄이는 것은 좋은 방안이지만, 이런 방식으로 절감할 수 있는 예산은 제한적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세율 조정 등 세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정책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지방 재정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2인데 이를 6:4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분권화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부 보다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둘째, 경기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목은 중앙정부 소관으로 하고, 경기 순환에 덜 민감한 세목은 지방으로 이양한다.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래세는 중앙정부에서 회수하고, 그 대신 그에 상응하는 재원이 확보될 수 있도록 부가가치세나 소득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으로 할애한다. 이런 세목 교환은 지방재정의 안정성 제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부동산 거래세 이외에도 세원이 다수이기 때문에 거래세의 변동이 전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앙정부는 채권발행 등을 통해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기순환에 따른 세수의 급변을 완충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불황기에는 적자 재정을 편성하는 것이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론이다. 셋째, 중앙정부는 지방에 대해서 무리하게 매칭 투자를 요구하는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지방의 입장에서는 중앙정부 사업비를 많이 유치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무리한 매칭 요구에 응하는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지방의 재정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국가사업 유치를 위한 지방간의 매칭 투자 경쟁은 지방의 재정 자립도와 자치역량을 낮추는 제로섬 게임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중앙과 지방간의 세원 배분은 결국 누가 더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그동안 지방의 정책역량도 대폭 신장되어 중앙정부가 주도하여 재정 투자사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이제 설득력을 상실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의 재정 위기에 대한 중앙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