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경우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7.4%가 감소한 6조5천821억원, 서울시는 3% 감소한 20조6천107억원, 부산시는 3.5% 감소한 7조5천722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충북은 올해보다 5.3%를, 경남은 4.1%를, 대구는 2.9%를 증가한 예산을 편성했다. 같은 지방자치단체이면서도 증감이 엇갈리는 예산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재정 건전성이 우선인가, 아니면 경기활성화 정책이 우선인가. 긴축재정의 바탕에는 부동산 거래 위축과 방만한 재정 운영에 대한 비판이 자리잡고 있다. 인천시가 7.4%나 줄어든 초긴축 예산을 편성한 것이 그 예다. 선거 당시부터 문제가 되었던 송영길 시장의 부채 탕감 정책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악화된 재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선투자를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 바탕에는 무상급식이나 복지와 같은 의무지출 예산의 증가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도로나 토목과 같은 건설 부문과 미래 성장 동력 부문에 대한 과감한 선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중의 분위기도 유사하다. 선거공약대로 무상급식과 같이 교육이나 복지 예산의 증액을 주장하는 입장과 대폭 삭감된 도로나 건설 분야의 예산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공존하고 있다. 악화된 재정 여건과 무관하게 인천시에 같은 차원에서 증액을 요구하는 주장도 있다. 지역사업 성과를 통해 선거에 도전해야 하는 일부 정치인과 예산 보조를 통해 단체를 살려야 하는 사회단체나 지자체의 공사 발주를 기다리는 사업가들의 이해관계도 내재되어 있다. 시의 긴축예산 편성을 특정인사의 탓으로 돌리려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긴축예산을 편성한 인천시의 건전재정 방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시의 건전예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무는 시민사회와 정당에 예산 편성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행정은 기초지자체와 산하기관의 공무원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송 시장은 자신이 내세운 공약과 의지를 설명하고, 새로운 각오를 알려야 한다. 물론 경기 여건에 따라 추경을 적극 편성하려는 의지도 피력해야 한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세원확보 대책도 적극 추진한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8천억원 내외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사실도 알려야 한다. 각종 부동산 경기의 위축 등으로 세금을 거두는데 한계가 있고, 지방채 발행이나 국고보조금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재량지출 사업이지만 사실상 의무지출 항목이 되어버린 2014년 아시안게임 경기장이나 달랑 2량밖에 못 다닌다는 지하철 2호선 사업에도 큰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설명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입김으로 건설된 민자 도로가 17%밖에 가동되지 않는 현실도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도 시의회의 본격적인 예산 심의를 앞두고, 건전 재정보다는 지역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미분양과 매물이 넘쳐나는 인천을 보면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명분으로 각종 사업을 요구하는 깃발이 다시 나부끼고 있는 것이다. 과연 10조대의 부채 위기 타개를 내세우며 등장한 송 시장이 어떤 철학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민의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 그리고 다양한 직업과 기업의 주장들이 반영되는 최종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어 낼 것인가. 차세대 리더라는 송영길 시장에게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평가하는 첫 시험대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