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미 정상회의는 여러 추측만 낳았을뿐 별다른 설명없이 향후 FTA 이행 협상을 계속한다는 점만 밝혔다. 언론들은 미측이 쇠고기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고 하지만, 가장 큰 장애물은 자동차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4일 미 포드자동차가 미국내 주요 일간지와 온라인 매체에 한국은 자동차 수출만 하고 수입은 막고 있다는 광고를 실었다. 포드차는 한-미 FTA가 개정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시장의 하나로 남게 될 것으로 주장하고, 당시 서울에서 마지막 조율을 하고 있던 미 협상단을 압박하였다.
포드의 자극적인 광고는 여러 측면에서 논리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차의 점유율이 낮은 것은 전세계 공통적인 현상인데, 유독 한국에서만 규제 때문에 안 팔리는 것으로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자동차 무역불균형이 문제라면 쇠고기 교역에서의 불균형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난 5년간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은 2004년 3천241대에서 2008년 1만3천645대로 약 6배 성장했다. 수입차 점유율이 5% 미만이라고 주장하지만, 금액기준으로 수입차 점유율은 20%를 초과하고 있고 전년대비 증가율도 52%로 높다. 요즘 국내에서 외제차가 부쩍 늘었다는 것은 거리에 나가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체 내수의 3%에 불과한 미국 차량만이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포드차는 자동차산업의 문제점을 짚어야 했다.
지난 5년간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2004년 85만대에서 2009년 45만대(53% 수준)로 감소한 반면, 미국내 현지생산은 동 기간동안 9만대에서 20만대로 증가되었고, 조만간에 60만대 규모로 증가함에 따라 미국 현지에서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상품, 무역규범, 서비스와 투자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 포괄적인 협정을 자동차와 같은 특정 품목이나 분야만의 이해관계로 FTA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협정 전체로 보면, 한-미 FTA가 양국에 가져다줄 이익은 매우 크다. FTA 체결로 한 회원국이 이익을 보게 되면 다른 국가는 손실을 보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실은 양국이 함께 이익을 보게 된다. 자동차분야에서 미국이 불리하다는 점은 인정되나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과 같이 한-미 FTA는 "수백억 달러어치의 수출액 증가와 미국 노동자 일자리 수천 개와 맞먹는 가치가 있다."
자동차 분야에 대해 미 정치권과 업계는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가로막는 한국내 비관세무역장벽이 완전하게 제거되어야 하고, 양국간 자동차 무역불균형이 시정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미측이 주장했던 비관세장벽 관련 사항은 협정문에 반영되었고, 새로이 제기되는 비관세장벽은 FTA에서 설치된 자동차작업반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또한 FTA를 하면서 특정 부문에 대한 무역불균형을 시정해 달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자유무역을 하면서 정부가 개입하여 수출액 물량을 조절해달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시장접근에 대한 WTO 다자간 무역규범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FTA 체결 유무에 관계없이 품목별 국제경쟁력에 따라 수출을 더 하는 품목이 있는가 하면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품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미 FTA에서 규정한 연비관련 시한이 경과되었고, 한-EU FTA도 이행될 예정이어서, 자동차 연비관련 규정은 일정 수준 미국의 입장을 수용해주는 형태로 협의가 완료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미국내 정황을 고려하면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일정수준 양보하더라도 조기에 협정을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만간에 개최될 워싱턴 실무협의에서 한-미 FTA 협의가 완료되어 한-미간 경제통상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