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농가인구 중 60세 이상의 노령인구는 이미 2009년에 43.5%이고 65세 이상의 고령층만 해도 33.3%를 넘어섰다. 농어촌 인구는 줄고 있지만 60세 이상의 노령층은 귀농으로 늘어나고 있어 농어촌의 고령화 속도는 도시의 두배가 넘는 실정이다. 이중 영세농과 고령농, 영농이 어려워진 은퇴농들의 생활이 상대적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조사연구보고서는 이미 여러차례 발표된 적이 있다. 특히 농업에 종사해온 고령농민들이 힘이 부쳐 영농이 어려워지는 경우 노후대책이 미비하여 생활도 어렵게 되는 일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 서글픈 것은 최근까지의 사망원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농약사고 사망자가 연간 약 1천200명인데 이중 70%정도가 음독사망이었고 그 음독사망자 중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노령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자녀교육을 위해 버는 돈이 모자라면 자갈논까지 팔아 키워 왔으나 시대가 변하고 성공한 자식이 소위 '신식 며느리'를 얻게 되고, 그 며느리가 부모님 모시기 싫다고 선언하면서 고민은 시작된다. 장날 장에서 만난 친구가 "여보게 김서방! 자네 아들이 고시합격했다며…, 좋겠다. 한잔 사!" 그래서 술 한 잔 걸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민한다. 아파 오는 허리통증에 잘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를 생각하니, 이제는 부모 못 모시겠다고 선언한 며느리한테 가서 시집살이를 해야 할까? 아니면 여기서 더 버텨 볼까? 하다가 "늙으면 자식들에게 짐 되지 말고 일찍 가는게 좋지!"하고 마시는 게 농약이란다. 영세농들은 돈이 없어 자녀교육도 제대로 못시키고 그래서 그 자녀들이 제대로 된 직장하나 잡지 못하고, 그래서 저하나 먹고살기도 힘들어 부모와 연락도 끊고, 그런 부모들은 그들대로 어려운 노후를 견디기 어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이들 고령농이 길러낸 자녀들이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를 일으켰고 우리를 키워 냈다는 것을…, 그런 이들은 지금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또는 고령으로 홀몸이 되어 농촌을 지키며 어려운 생활을 버티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농어촌의 노인들은 고향을 멀리 떠나거나 낯선 노인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특히 싫어한다. 이들은 가까운 곳에 아는 얼굴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이번의 하동군이 만들어낸 공동거주제는 농어촌노인들의 마음에 딱 드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된다. 자기가 살던 곳에서 아는 사람들과 어울려 가정집처럼 살수 있게 된 것이다. 가능하다면 원하는 노인들은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늘려주고 하루빨리 전 지역으로 확대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정책은 중앙정부의 노인복지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지만, 도시 노인들에게는 수요가 낮아 서울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어가는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에서는 관심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농어촌지역의 시군들이 앞장서 이와 같은 정책을 도입한다면 우리의 부모님들에게는 효도정책이 되는 것이며 장차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복지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응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