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연평도/임승재.이현준.정운기자] ○ 26일 오전 10시 30분께 연평도 당섬선착장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연평도를 빠져나가려는 주민들의 발길로 분주.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주민들의 양손엔 당분간 생활하기 위한 소지품이 한가득.
 
   김영의(59·여)씨는 "이렇게 떠나야만 한다는 것이 서글프다"면서 "지금 상황은 말이 안된다. 옹진군은 다른나라라도 되나. 왜 여기만 이런일이 벌어져야 하는건지 모르겠다"며 심정을 토로.

   이어 "최근 며칠간 불안하고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며 "상황이 빨리 정리되서, 빨리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승선.
 
   김재현(73)씨도 "장사 때문에 가게를 비워두기 힘들어서 지금까지 이 곳에 남아있었는데, 훈련이 또 있다고 하니까 불안해서 짐을 챙겼다"며 "당분간 인천에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살던 곳인데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
 
   포격 이후에도 산불진화 등의 작업을 했던 인천~연평도 여객선사 미래해운 등 회사의 연평도 근무 직원들도 다가오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는 연평도는 떠나는 배에 탑승.
 
   박창석(52)씨 "포격 이후 산불을 진화하는 등 떠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미 훈련을 앞두고 오늘 모두 떠나기로 했다"며 "당분간은 서울에 있는 친구네서 생활할 것이라, 옷이나 간단한 생활용품을 챙겼다"며 발걸음.
 
 ○ 북한의 포격을 받은 연평도에 세계 각국의 언론이 관심 집중.
 한미군사 합동훈련을 앞두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외신 기자들도 연평도로 속속 도착.
 
   26일 오전 10시30분께 여객선을 타고 온 미국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 일본 후지TV, 동경TV, 스페인 ABC, 영국 텔레그레 등 세계 각국의 통신·신문·방송 기자 30여 명이 연평도 당섬 선착장으로 입항.
 
   해외 언론 기자들은 폐허가 된 마을 곳곳을 카메라 엥글에 담고 남아 있는 주민들과 인터뷰를 하는 등 연평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스케치.
 
   AFP통신의 한 기자는 "비행기 표를 구하러 다들 난리가 났다"며 "이미 공항에 입국해 연평도로 곧 들어올 매체들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
 
   앞서 미국 CNN, BBC, 일본 요미우리, NTV, 홍콩 TV, 벨기에 국영방송 등도 기자들을 연평도로 급파해 현지 상황을 자국으로 실시간 보도.
 
 ○ 북의 연평도 포격 4일째. 주민들이 빠져나간 연평도엔 재해구호협회, 소방서 등에서 파견나온 이들의 움직임이 분주.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은 주민들의 임시주거시설을 짓는 공사가 한창.
 
   공사를 진행하는 재해구호협회 구호팀 김삼렬 과장은 "이번 포격으로 인해 심하게 파손된 집들은 복구하려면 6개월에서 1년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 기간동안에 주민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취지를 설명
 
   전기, 수도 등의 시설을 갖춘 18.2㎡크기의 건물, 15동을 짓는 공사는 오는 29일께 마무리될 예정.
 
   재해구호협회는 태안 기름유출 사건, 올 여름 수도권 지역의 수해 현장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녔지만 이번 연평도와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설명.
 
   보통 재해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복구작업에 나서는 반면, 이 곳은 주민들이 빠져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포격으로 인한 복구는 전문기술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의 신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
 
   재해구호협회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완파된 가정을 우선으로 해서 집을 나누어줄 계획.
 
   또한, 인천중부소방서에서도 10명이 연평도에 지원. 주민들이 빠져나간 집에서 나올 수 있는 사고와 화재를 사전에 차단코자 3시간 단위로 마을을 순찰.
 
 ○ 연평도 피해복구 인력과 현지 각 기관 종사자들에게 각종 위문·구호물품들이 다량 전달.
 26일 전국 각지에서 연평발전소, 연평보건지소, 연평도 기상파견대, 군부대 등으로 보내는 식수, 쌀, 라면, 우유, 의료품 등의 물자들이 여객선을 통해 지원.
 
   해경 직원과 군부대 장병 등 20여명 가량이 지원했는데도 여객선에서 선착장으로 물품을 내려놓는데만 30분 이상 시간이 걸리는 등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
 
   위문·구호물품 상자 겉에는 "○○○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전달.
 
 ○ 백령도는 26일 맑은 날씨 속에 평상시와 다름없는 평온한 모습.
 백령 주민들은 추곡수매 작업을 지속하고 김장 등을 하며 일상생활. 중단됐던 어선도 출항을 시작.
 
   하지만 면내 곳곳을 다니는 붉은 천을 덮은 두른 군용 차량들은 지금이 평상시와는 다른 상황임을 체감.
 
   일부 주민들은 한·미 합동훈련을 앞두고 북측의 도발을 우려하는 반응.
 
   진촌리의 한 식당 주인은 "조만간 훈련도 한다는데, 불안하죠"라며 "그래도 '(섬 밖에)나가서 뭐 먹고 살거냐' 하는 생각에 그냥 있다"고 우려.
 
   한편 이 곳 해병대는 내부 건물에 조기를 내걸며 연평도 포격으로 순직한 장병을 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