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백령도/이현준기자] "연평도 포격 때 몸을 피하라는 방송이 나와, 대피소로 갔는데, 캄캄한게 어휴~".
인천 백령도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주민 여모(71)씨는 최근에 있었던 대피소에서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북한이 연평도를 쏘고, 포머리를 이 쪽으로 돌렸다고 해서 급히 갔는데, 30년 전 해놓은게 오죽하겠어"라고 푸념했다.
지난 26일 찾은 인천 백령도 사곳 해안 부근의 한 대피소.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시커먼 어둠 속으로 시멘트 냄새가 몰려왔다.
몸이 움츠러들 정도의 한기를 느끼며 대피소 안을 살피니, 바닥에 깔린 플라스틱이 덜컹거렸다. 그 소리 사이로 바닥에 물이 고여 있음을 나타내듯 '찰랑찰랑' 소리가 났다.
콘크리트가 깨져 붉은 철근을 드러낸 천정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게 느껴졌고, 양 벽에 하나 씩 설치된 굵은 양초, 한 쪽에 쌓여 있는 스티로폼, 잠겨 있는 비상물품함 등도 7개월여 전 그대로였다.
시설노후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와, 시설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경인일보 4월 23일자 21면 보도)되기도 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필요성이 함께 제기됐던 급수나 전기, 화장실 등 대피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시설은 물론 없었다.
이 곳을 포함, 1974년부터 3년여 동안 세워진 백령도 60여곳의 대피소. 그 이후 별다른 시설개선이 없어 지속적으로 시설개선이 요구돼 왔지만, '예산부족'은 번번히 시설개선을 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됐다.
정부는 군인은 물론, 민간인의 인명피해는 물론 주민들의 큰 피해가 발생했던 연평도 포격 이후에야,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서의 대피소 시설을 개선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언제 이 같은 관심이 사라질 지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백령면 관계자는 "연평, 대청해전, 최근 천안함 때까지 (정부에)얘기 안한적이 없죠. 그런데, 그 때만 잠깐 이네요. 필요성은 공감하는 것 같은데, 관심이 3일도 못가는 것 같아요. 언제 저 쪽(북측)이 돌변할지 모르는 상황이잖아요"라며 시설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다.